"남자는 치마 못 입나"…정장 고정관념 깬 톰 브라운 [하수정의 티타임]
"한국 거리의 일반인들에서 영감받아"
"갤럭시 협업은 놀라운 경험"
"다음 20년 위해 세상과 타협하지 않을 것"
상체를 조이는 재킷, 복사뼈가 드러나는 기장, 옷 여밈에 붙은 빨강·하양·파랑 3색 그로그랭(가로무늬 직물), 회색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4선 소매.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바로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다. 미국 컨템포러리 패션의 대표주자인 '톰 브라운'이다. 20년 전 랄프 로렌, 브룩스 브라더스 등 소수의 브랜드에 갇혀 있던 미국 패션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수트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주인공. 톰 브라운의 창립자 겸 디자이너 톰 브라운이 서울을 찾았다.
○"한국은 특별한 시장"
지난 20일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톰브라운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난 톰 브라운은 반바지 차림이었다. 15도로 떨어진 쌀쌀한 가을 날씨에도 그의 '시그니처 룩'을 고수했다. 그가 2003년 뉴욕 웨스트 빌리지에 5가지 정장수트로 작은 매장 문을 연지 올해로 20년.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계 투어를 진행 중인 톰 브라운은 영국과 일본을 거쳐 한국을 방문했다.
"저에게 한국은 특별한 시장입니다.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존재할 뿐 아니라 한국에서 많은 영감을 받기도 합니다."
한국은 톰 브라운이 진출한 40여개국 가운데 중국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국내 매장 수는 17개로 미국 10개보다 많다. 2011년 한국에 진출한 후 매년 두자리 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톰 브라운은 "진출 초기 톰 브라운의 인지도를 높여준 지드래곤, 방탄소년단(BTS) 등 K팝 스타들의 패션도 최고 수준이지만, 길거리를 다니면 만날 수 있는 일반인들의 패션에도 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수용하는 능력이 대단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삼성전자 '갤럭시'와의 협업도 그가 한국에 애착을 갖게 한 이유 중 하나다. 지난 달 429만원짜리 '갤럭시Z 폴드5 톰브라운 에디션'은 출시와 동시에 완판되는 등 네 차례에 걸친 협업 모두 대성공을 거뒀다. 그는 "갤럭시와의 협업은 매번 놀라운 경험이었다"며 추가 협업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혁신, 시간을 초월하는 가치"
톰 브라운은 과거 보수적이었던 미국 패션업계에서 이단아로 평가받았다. 그 스스로도 '룰 브레이커'로 불리길 원한다. 톰 브라운의 주요 색상을 회색으로 선택한 이유는 "가장 보수적으로 느껴지는 회색으로 가장 진보적인 옷을 만들겠다"고 생각해서다. 정장 반바지, 남성용 정장치마 역시 관습을 깨기 위한 것이다.
그는 "유행과 혁신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무조건 혁신"이라며 "유행은 단기간 큰 돈을 벌어주겠지만, 혁신은 시간을 초월하는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관습을 깨고 혁신하겠다는 그의 고집으로 탄생한 컬렉션들은 일각에서 "괴상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패션의 본고장 유럽에서 미국 브랜드인 톰 브라운을 주목받게 한 원동력이 됐다. 톰 브라운은 지난 7월 파리에서 열린 첫 오트쿠튀르 패션쇼에서 골판지로 만든 2000명의 가짜 군중을 등장시키며 파격적인 데뷔를 했다.
톰 브라운은 "모든 창의적인 것은 호불호가 갈린다"며 "찬성과 반대 양쪽이 모두 나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톰 브라운 컬렉션의 목적"이라고 했다.
그의 인생 좌우명은 "나 답게 사는 것"이다. 그는 "다음 20년의 목표는 처음 20년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션계 이단아의 도전
그는 패션 전공자가 아닌 경제학도였다. 1965년생인 그는 인디아나주 사립명문대인 노터데임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배우가 되고 싶어 헐리우드에 갔다 패션으로 진로를 바꿨다. 뉴욕의 조르지오 아르마니 매장에서 판매원으로 시작해 랄프 로렌 산하 클럽 모나코에서 디자이너에 올랐다.
톰 브라운은 2006, 2013, 2016년 총 3번에 걸쳐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 ‘올해의 남성복 디자이너’로 선정됐다. 2012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 2기 취임식에서 영부인 미셸 오바마가 톰 브라운 원피스를 입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톰 브라운의 지난해 글로벌 매출은 2021년에 비해 25.3% 증가한 3억3000만 유로(4724억원)를 올렸다. 한국 시장에는 올해 7월 직진출 형태로 사업구조를 바꿨다. 2011년부터 사업 파트너였던 삼성물산과는 '리테일매니지먼트' 계약을 토대로 협업을 지속하고 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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