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범죄 처벌 원치 않아도 구속…동성·가족 간에도 '엄벌'
지난 7월 12일 오전 7시 30분쯤 40대 A씨는 전 여자친구 60대 B씨 주거지를 찾아가 마구 현관을 두드렸고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준 B씨를 폭행했다.
누범 기간 중 또다시 범죄를 저지른 A씨는 경찰에 붙잡혀 스토킹 잠정조치 1·2·3호 처분을 받았다.
잠정조치 1호는 중단 서면 경고, 2호는 피해자나 주거지 등 100m 이내 접근 금지, 3호는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다.
피해자는 경찰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건 발생 12일 전 스토킹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폐지돼 시행되면서 결국 A씨는 구속됐다.
스토킹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는데도 구속된 전국 최초 사례다.
30대 남성 C씨는 20대 여성 D씨 인터넷 방송 시청자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해당 사이트 아이디 40개를 생성해가며 D씨에게 지속적으로 ‘밥 한 번 먹자’며 쪽지를 보내다 잠정조치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재차 피해자에게 연락한 C씨는 결국 스토킹 처벌법상 명시된 최상위 조치인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됐다.
스토킹 처벌법은 동성, 가족·사제 간에도 적용된다.
1년 전 발생한 교통사고 처리 과정에서 수리 비용이 너무 많이 나온 데 불만을 갖고 지난 5월 상대 차량 운전자 40대 남성 주거지와 직장을 여러 차례 찾아간 80대 남성.
빌린 돈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 6∼7월 4차례에 걸쳐 20대 여성 주거지에 찾아간 50대 여성.
지난 2월 재산 상속 문제로 갈등을 빚던 누나에게 ‘죽여버리겠다’ 등의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지속해서 찾아가 차량까지 파손한 50대 남성. 이로 인해 그는 잠정조치 2·3호 결정을 받았는데도 협박 문자를 12차례 전송하고 누나 주거지에 찾아가 문을 발로 차 잠정조치 4호 결정과 함께 가해자 교화프로그램에 연계됐다.
지난 3월 11년 전 초등학교 교사와 제자 사이인 20대 가해 여성은 30대 피해 교사에게 편지를 보내고 수차례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보내는 등 스토킹을 했다. 이 여성은 고소를 당하고 잠정조치 1∼3호 결정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스토킹 처벌법 피의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23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2021년 10월 21일부터 지난달까지 약 2년간 스토킹 관련 112 신고 889건이 접수됐다.
경찰은 이 기간 475명을 스토킹 처벌법과 경합범으로 형사입건하고 167건에 대해 접근 금지를 명하는 긴급 응급조치를 했다.
또 재범 우려가 있는 428건에 대해서는 긴급 응급조치보다 높은 단계인 스토킹 잠정조치 등 처분을 내려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 중 잠정조치 4호 결정이 내려져 유치장에 입건된 사례는 79건이다.
올해 제주지역 스토킹 112 신고는 작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1∼9월 접수된 스토킹 112 신고는 모두 28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63건과 비교해 22.2%(171건) 줄었다.
경찰은 민간 경보시스템 도입과 교화프로그램 운영 등 단계별 대응 시스템을 구축한 결과 112 신고 감소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신고된 286건을 보면 스토킹 범죄는 수요일 밤 9∼12시에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피해자 168명 중 여성 피해자가 130명으로 77.4%를 차지했으며, 가해자와 피해자 간 관계는 전 연인이 51.8%(87명)로 가장 많았다.
신고 사건 가운데 경찰이 가해자를 검거한 비율은 59.8%(171건)로 전국 평균 34.5%보다 25.3%포인트 높았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유관기관 단체와 유기적 협업을 통해 대응 시스템을 지속해 점검하고 개선해 보다 더 안전한 제주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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