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 “흑연 수출통제 합리적이고 필요한 조치”
중국 관영매체가 자국 정부의 흑연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해 “합리적이고 필요한 조치”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3일 논평을 통해 “중국이 특정 흑연 재료에 대해 수출 규제를 조정한 것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광물의 수출 금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관련 규정을 충족하는 한 중국은 국제 시장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출을 허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어 “서방 언론들은 중국의 흑연 수출 통제가 전기차 산업에 미칠 영향을 강조하지만 고순도, 고강도, 고밀도 인조흑연 재료와 관련 제품이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는다”면서 “이번 수출 통제 조치는 중국의 국가 안보와 이익을 보다 향상된 방식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타임스는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중국 정부의 설명과 달리 미국 등 서방의 대중 제재에 상응하는 보복성 조치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매체는 “흑연 자원의 전략적 중요성과 중국이 세계 최대 흑연 생산국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몇몇 산업은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세계 첨단 기술 산업망이 일부 국가의 패권주의적 행동으로 이미 파괴됐는데도 중국이 한가하게 앉아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망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의 산업망 이익이 훼손됐을 때 중국은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서는 안 되느냐”고 반문하며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산업 발전이 흑연 처리 기술과 역량의 급속한 성장을 이끈 것이 사실이고, 미국이 특정 분야에 부과하는 억제책이 많아질 수로 중국의 진전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는 지난 20일 ‘흑연 관련 항목 임시 수출 통제 조치의 개선·조정에 관한 공고’를 통해 오는 12월부터 고순도(순도 99.9% 초과)·고강도(인장강도 30Mpa 초과)·고밀도(밀도 ㎤당 1.73g 초과) 인조흑연과 천연 인상흑연 등에 대한 수출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중국 업체가 해당 품목을 외국에 수출하려면 ‘이중용도 품목(민간용이지만 군용으로도 쓰일 수 있는 품목)’ 여부를 확인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중국이 지난 8월부터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한 데 이어 미·중 갈등 속에서 다시 한번 산업용 핵심 광물을 ‘무기화’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음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미·중 양측이 수출통제 조치를 주고받으며 서로 협상력을 높이려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중국산 흑연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수출 통제 조치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이차전지 음극재용 인조흑연과 천연흑연의 93.7%가 중국산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중국은 이미 2006년부터 흑연에 대해 임시 수출 통제 조치를 취해왔고 이번에 일부 조정을 거쳐 정식 조치로 바꾼 것이기 때문에 당장 국내에 미칠 영향이나 변화는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검토를 진행하고 향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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