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 160엔 간다고? 뉴욕증시 투자자들 “엔화 약세 베팅할까”

김인오 기자(mery@mk.co.kr) 2023. 10. 2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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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 수익률 5% 치닫자
‘안전 자산’ 日엔화 내리막길
뉴욕증시 ‘엔저 베팅’ YCS 매수세
전문가 “달러대비 160엔될 수도”
10년물 국채 수익률 흔들리자
일은, 통화정책 수정 논의할 듯
일본은행(BOJ) /출처=BOJ
이번 주 첫 거래일인 23일(이하 현지시간) 아시아 외환 시장에서 엔화 가치 심리적 장벽인 ‘1달러당 150엔’이 한 때 흔들리자, 엔화 반등을 기대해온 투자자들이 매매 방향을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일본 금융 당국이 외환 시장 안정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지난 주말 미군과 국제 연합군이 주둔해 있는 이라크 공군 기지가 로켓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달 말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둔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 내부에서는 수익률 곡선을 다시 조정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장초반 아시아 외환 시장에서는 달러당 엔화(엔/달러) 환율이 한 때 150.11엔까지 올라 150엔을 돌파하는 등 엔화 약세가 두드러졌다. 달러 대비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통화 가치가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이후 엔화 가치는 옵션 관련 달러 매도세 덕분에 다시 회복세를 보이면서 환율이 150엔 밑으로 떨어져 거래됐다. 투자자들이 일본 금융 당국 개입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엔화 가치 추가 하락 베팅을 자제한 결과라는 해석도 따른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3일 150.16엔을 기록했다가 다시 150엔 밑으로 떨어진 바 있다. 당시 시장에서 일본 당국이 외환 방어를 위해 개입했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왼쪽)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현지시간으로 일본은행은 이달 30~31일, 연준은 이달 31일~11월 1일 각각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사진 출처=일본은행, 연준
엔화는 달러, 스위스 프랑 등과 더불어 국제 외환시장에서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통한다. 미군과 국제 연합군이 주둔한 이라크 서부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가 주말인 21일에도 연달아 로켓·무인기 공격을 받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안전 자산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지만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이유는 미국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더 높은 시장으로 자본이 빠져나가면 해당국 통화 가치는 하방 압력을 받게 된다.

미국 ‘시중 장기 금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는 최근 연 5% 대에 육박하고 있다. 일본 국채 수익률이 덩달아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 수익률은 상승세가 가파른 탓에 일본 대비 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피치가 워싱턴DC 정가 혼란(정치 리스크)을 이유로 미국 국가신용등급(IDRs·장기외화표시발행자등급)을 하향(AAA→AA+) 하향 조정한 것을 계기로 급등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하향 발표가 있던 지난 8월 2일 해당 국채 수익률은 4.08% 였다. 다만 지난 19일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98% 에 거래를 마쳤으며 지난 주 마지막 거래일인 20일에도 4.93% 를 기록하는 등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일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연 0.60% 대에서 0.80% 대로 올라섰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프로셰어스 울트라숏 엔(티커 YCS) 올해 시세 흐름
미국 뉴욕증시에서는 투자자들이 엔화 약세에 베팅하고 나섰다. 상장지수펀드(ETF)인 프로셰어스 울트라숏 엔(티커 YCS) 시세는 올해 들어 약 42% 급등했다. 미국 신용등급 하향이 이뤄진 후 지난 20일까지 두 달 반 동안 13% 상승했다. 반면 엔화 강세에 베팅하는 ETF 인 프로셰어스 울트라 엔(YCL) 시세는 올해 약 29%, 최근 두 달 새 약 10% 떨어졌다.

앞으로 엔화 흐름과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해 연말까지 엔화 가치가 추가 하락해 엔/달러 환율이160엔대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례로 우노 다이스케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수석 전략가는 이달 5일 아사히신문 인터뷰를 통해 “당분간 미국은 긴축, 일본은 완화적 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떨어지기 쉬운 상황”이라면서 “일본은행이 움직이지 않으면 올해 안으로 엔/달러 환율이 160엔 선까지 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당국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외환 시장은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언급을 내놓았다. 이달 초 그는 기자회견에서 엔화 약세에 대해 “계속해서 높은 긴장감을 갖고 만전의 대응을 취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본은 지난해 9~10월, 세 차례에 걸쳐 약 9조 엔(600억 달러)을 들여 1998년 이후 첫 시장 개입에 나선 적이 있다.

금융 시장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선은 일본은행이 이달 30~31일 이틀간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국채 수익률 정책 조정과 관련된 언급을 할 지 여부에 쏠린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은행 내부에서 국채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과 관련해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상한선(1%)을 더 끌어올리거나 운용상의 위치를 바꾸는 방안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7월 말 ‘수익률곡선관리정책 유연화 결정’을 통해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상한선을 1% 로 설정했다. 다만 이후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올라 1%에 육박하는 한편, 엔화 가치와 주가가 덩달아 떨어지는 등 일본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이어왔다.

중국은 최근 위안화 가치가 급락한 가운데 미국 국채 등을 앞다퉈 매도해왔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채 큰 손’ 일본이 엔화 약세 흐름 속에서 미국 국채 매매 방향을 틀 가능성에도 투자 시선이 쏠린다. 다만 미국 국채 매도세가 확대되면 수익률은 더 오르게 되며, 이로 인해 미국 국채 수익률이 일본 국채 수익률보다 더 빠르게 오르면 일본으로서는 엔화 가치 추가 하방 리스크에 놓이게 된다.

앞서 지난 18일 미국 재부무 발표를 보면 중국인들은 올해 8월 미국 국채와 미국 주식을 약 212억달러어치 순매도해 4년 만에 가장 큰 매도세를 기록했으며 특히 미국 국채를 집중 매도했다. 이에 비해 일본은 미국 국채를 1조1160억 달러어치 보유했다. 직전 달인 7월보다 40억 달러 더 늘어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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