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근 장관 "日농기계 국내시장 잠식 문제, 대책 강구할것"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스1.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수산위)의 농림부 종합감사에서 국내 농가의 기계화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정부 예산의 상당 부분이 일본산 농기계 구매에 쓰이고, 그 결과 국내 농기계 시장이 일본 제품에 잠식당하는 문제를 "유념하고 있다"며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기계 융자 구입 현황 자료'를 토대로 "농가 기계화 사업 예산 중 매년 1000억원 이상이 일제 농기계 구매에 들어가고 콤바인과 이앙기는 국산보다 일본산 구매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본지 10월18일 [단독]일제 농기계 구매 매년 1000여억 보조금…"국산은 고사 직전" 참조)

정 장관은 "(예산 지원에) 국내산 (외국산) 차별을 둘 수 없기 때문에 그렇다"며 "국내 농업인들이 부담을 덜 들이고 농기계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한 사업)"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어 의원은 "부담을 덜하는 것도 좋지만 국내 농기계 산업을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농기계를 개발할 때 수백억원이 들어가는데 일본산 농기계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니 국산 농기계가 설 자리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어기구 의원이 23일 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기관 종합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 장관은 "엔저 현상 때문에 (국내 산업이) 다방면에서 피해를 봤는데 이 분야(농기계)도 그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어 의원이 "국산 농기계를 보호할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달라"고 하자 정 장관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00억원 넘는 예산이 일본산 농기계 구매에 지원됐다. 콤바인은 2019년부터 일본산 구매에 지원된 예산이 국내산에 쓰인 예산을 앞질렀다. 지난해는 다시 뒤집혔지만 그전 3년 동안 적게는 8억, 많게는 50억원 가까이 일본산 구매에 더 많이 쓰였다. 이앙기는 최근 5년 동안 일본산 구매에 예산이 최소 2배 넘게 더 쓰였다.

지방자치단체가 일본산 농기계 구매에 지급한 구매 보조금도 2018년 34억원에서 지난해 76억원으로 5년 새 2배 수준으로 늘었다. WTO(세계무역협회) 규범상 수입산에 보조금이나 융자 지원 등에 차별을 둬선 안 되지만 정부의 예산 지원으로 일본산 판매가 늘면서 개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는 국내 농기계 업계는 점점 신제품 개발을 단념하고 일본 제품을 수입해 총판 개념으로 판매하는 식으로 경영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국산 농기계 시장이 완전히 잠식되면 일본산 제품의 가격 인상 시도에 취약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