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셀트리온 첫 관문 통과…국민연금 복병 등장, 서정진 "뚫겠다"

김도윤 기자 2023. 10. 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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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사진제공=셀트리온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 안건이 주주총회(주총)를 통과했다. 통합 셀트리온을 출범하기 위한 첫 관문을 넘은 셈이다. 셀트리온은 주총 직전 '짐펜트라'(램시마SC)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판매 허가를 발표한 데 이어 합병 안건 승인 뒤 자사주(자기주식) 소각 및 신규 취득 결정 소식을 전했다. 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해 합병 절차를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은 주식매수청구권이 얼마나 행사되느냐에 달렸다. 합병에 반대한 주주는 내달 13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날 국민연금기금(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해 합병 안건에 대해 기권 표를 던지면서 복병을 만났다. 향후 셀트리온 주가가 주식매수청구 가격(15만813원)을 크게 밑돌 경우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연금은 셀트리온 2대 주주다. 만약 국민연금이 보유 주식 1087만7643주(7.43%) 전부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약 1조6405억원 규모다. 앞서 셀트리온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1조원을 넘을 경우 합병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공표했다. 국민연금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어떤 허들이 있어도 뚫겠다"며 합병 의지를 강조했다. 서 회장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1조원이 넘어도 합병을 성사시킬 것"이라며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합병 주총서 압도적 지지 확인…찬성비율 97.04%·95.17%
(인천=뉴스1) 장수영 기자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3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3 셀트리온 임시 주주총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셀트리온 그룹은 이날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2023.10.2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3일 오전 10시 인천에서 주총을 각각 개최하고 합병 안건을 승인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 계약을 승인하기 위한 주총 결의는 특별결의사항으로 주총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개표 결과 주총 참석 대비 합병 찬성 비율은 셀트리온 97.04%, 셀트리온헬스케어 95.17%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 주총은 시작 전부터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다. 앞서 한국ESG기준원, ISS, 글래스루이스 등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줄줄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에 찬성한단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주요 자문사들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에 대해 목적이 명확한 데다 합병 이후 원가경쟁력 강화, 거래 및 회계 투명성 제고, 적극적 투자, 유연한 경영 전략 등이 기대된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셀트리온 소액주주연대 역시 공개적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을 찬성했다.

이 합병은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 합병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에게 셀트리온의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보통주식 1주당 셀트리온 보통주식 0.4492620주를 배정한다. 한 주당 합병가액은 셀트리온 14만8853원, 셀트리온헬스케어 6만6874원이다.

남은 합병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합병기일은 오는 12월 28일이다. 셀트리온그룹은 주총에서 합병안이 가결된 만큼 합병 뒤 주주가치를 적극적으로 제고해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겠단 목표다.

국민연금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가 관건
남은 절차는 사실상 주식매수청구권 하나 남았다. 주총에서 압도적 지지를 확인한 만큼 소액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는 합병을 저지할 정도로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합병을 반대한 주주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수는 국민연금이다. 이날 국민연금은 셀트리온의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안건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 확보(근거조항 세부기준 37조)를 사유로 기권 표를 던졌다. 물론 합병 안건에 대한 기권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의미하진 않는다. 현재주가와 주식매수청구 가격 간 괴리가 있기 때문에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합병 안건에 대한 기권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남은 주요 일정.


그럼에도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남아있는 만큼 셀트리온은 앞으로 주가를 매수청구 가격 수준이나 그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내달 13일까지 셀트리온 주가가 매수청구 가격을 크게 밑돈다면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가 줄줄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에 대해 찬성을 권고한 데다 소액주주연대가 합병 찬성 목소리를 내고 있어 국민연금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내달 13일까지인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 셀트리온의 주가 흐름이 어떨지가 중요하다.

또 이날 서 회장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1조원을 넘더라도 꼭 합병에 성공하겠단 의지를 내비친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핵심제품 짐펜트라 美 허가…"글로벌 블록버스터 기대"
셀트리온은 주주가치 제고를 통해 남은 합병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치겠단 목표다.

우선 셀트리온은 이날 램시마(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SC(피하주사) 제형인 짐펜트라가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신약으로 판매허가를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짐펜트라는 정맥주사(IV) 제형인 램시마를 피하주사로 변경해 개발한 세계에서 유일한 인플릭시맙 SC제형 치료제다. 셀트리온이 미국 시장에서 신약으로 승인받은 첫 제품이란 의미가 있다.

셀트리온은 짐펜트라의 내년 매출액을 6000억원으로 예상한다. 이어 3년 안에 3조원으로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역대 최고 기록인 셀트리온의 지난해 총 매출액 2조2839억원을 3년 안에 짐펜트라 단일 제품 하나로 뛰어넘겠단 목표다. 그만큼 짐펜트라에 거는 기대가 크단 뜻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짐펜트라 허가는 통합 셀트리온의 2030년 12조원 매출 달성을 위한 첫 번째 마일스톤(기술료) 달성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짐펜트라는 향후 통합 셀트리온의 매출 성장을 견인하며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짐펜트라를 비롯한 신규 품목의 시장 안착과 2025년까지 선보일 5개의 신규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개발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통합 셀트리온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5000억원 신규 취득과 3600억원 소각 결정…"주주가치 제고"
셀트리온그룹은 이날 또 하나의 주주친화정책을 발표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 뒤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자사주(자기주식) 소각과 추가 매입을 결정했다.

셀트리온이 소각할 자사주는 230만9813주로 약 3599억원 규모다. 셀트리온이 보유한 자사주로, 합병 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보유한 자사주에 대해 배정될 합병신주 수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소각 예정일은 합병 등기가 완료되는 2024년 1월 4일이다.

셀트리온 이날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추가 매입을 동시에 결정했다. 셀트리온이 총 242만6161주, 약 3450억원 규모를 취득할 예정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총 244만주, 약 1550억원 규모를 취득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오는 24일부터 장내매수를 통해 자사주를 취득할 계획이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짐펜트라의 미국 신약 허가에 이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안이 가결되면서 2030년 매출 12조원 달성과 글로벌 빅파마 도약이란 통합 셀트리온의 비전 달성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며 "또 내년부터 선보일 5개 신규 파이프라인의 개발과 허가 절차도 순항하고 있는 만큼 셀트리온그룹이 가진 강점에 집중해 성장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도윤 기자 justi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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