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민간인에 썼다”…화학무기 아니라는데 '백린탄’ 논란 왜? [세모금]

백린탄, 산소 접촉 발화시 815℃
사실상 화학무기

지난 11일 가자지구 지상에 이스라엘의 백린탄으로 보이는 공격이 가해지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초기 일주일 동안 벌어진 보복전에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민간인지역에 금지된 무기인 ‘백린탄(white phosphorus shell)’을 사용했다고 비영리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가 비디오 영상과 목격자 증언을 통해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스라엘의 155㎜ 포탄 두 발이 ‘백린탄으로 보이는 것’을 방출하는 영상을 확인했지만 이스라엘은 “분명한 거짓”이라며 부인했다.

이스라엘이 펄펄 뛰며 부인하는 이유는 백린탄이 사실상 화학무기로 분류되며, 이를 민간인에 사용하는 것은 전쟁범죄에 속하기 때문이다. 인권운동가들은 백린탄은 국제법에 따라 명시적으로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상 백린탄을 사용하는 군대는 지상작전을 위한 ‘연막’일 뿐이라는 해명을 내놓는다. 지난 2008년 이스라엘군이 한 달 동안 가자지구에 백린탄을 200발 발사했을 때도 같은 논리를 내밀었다.

실제로 백린탄은 빛과 연기를 생성해 군대의 움직임을 숨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고체 인산염 암석 형태로 포병 튜브나 폭탄에 포장돼 땅이나 공중에서 발사된다.

하지만 산소와 접촉하면 발화하고 화씨 1500도(섭씨 815도)까지 가열된다. 백린탄은 독성보다는 주로 열에 의해 치사율이 높아지므로 화학무기로 정의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화학무기와 구별은 인체와 접촉할 때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백린탄은 인체 조직을 뼈까지 태우며, 회복할 수 없는 호흡기 손상을 일으키고 장기 부전을 초래한다.

브라이언 캐스트너 국제앰네스티 위기팀의 무기조사관은 “백린탄은 정말 끔찍한 화상을 입힌다”며 “그것은 일반적인 화재가 아니라 화학반응이기에 물로는 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백린탄 화상을 입은 채 살아남는다면 그것은 남은 인생을 (불행하게) 바꾸는 부상일 것”이라며 비인도적인 결과를 시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계속해서 가자지구 지상 침공 의지를 밝히는 가운데 지난 16일 이스라엘 남부에서 백린탄으로 보이는 7개의 탄약이 관찰됐다고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가 전했다.

이에 이스라엘군이 또 한 번 군대 이동을 위한 연막 명목으로 백린탄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레일라 사다트 국제형사재판소(ICC) 전 인도반도범죄 특별고문은 “불필요한 고통을 피하고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백린탄 사용 자체가 불법은 아니더라도 인권정신에 어긋난다”며 “국가는 가능한 한 가장 낮은 기준이 아닌 가장 높은 기준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스트너 조사관도 “일단 백린탄을 로켓에 실어 발사하면 목표물을 1마일(약 2㎞)까지 빗나갈 수 있어 민간인을 타격할 위험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

미군은 지난 2004년 이라크 중서부도시인 팔루자가 저항세력 근거지라며 1만2000명의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공격했는데 당시 수많은 민간인이 학살됐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왔다.

미군은 저항세력에만 백린탄을 사용했다며, 민간인 대상 사용을 부정했지만 10만여명의 주민을 피해 백린탄을 투하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

FP는 “민간인이 숨을 곳이 없다. 백린탄을 전쟁에 도입하는 것은 아주 불쾌한 확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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