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고용' 보장받고도 떠난다...학계 이탈률, 여성 교수서 19% 많아

박건희 기자 2023. 10. 2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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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를 떠나는 여성 학자의 수가 남성보다 많으며, 이 격차는 정교수 임명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애론 클로셋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 컴퓨터과학부 교수가 이끈 연구팀이 미국 전역 종신교수 채용 과정 및 대학 내 종신 교수의 수를 분석한 결과, 종신교수로 임명되고도 학계를 떠나는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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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학계를 떠나는 여성 학자의 수가 남성보다 많으며, 이 격차는 정교수 임명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애론 클로셋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 컴퓨터과학부 교수가 이끈 연구팀이 미국 전역 종신교수 채용 과정 및 대학 내 종신 교수의 수를 분석한 결과, 종신교수로 임명되고도 학계를 떠나는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드'에 2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02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로디아 골딘은 1990년 하버드대 경제학과 최초로 임명된 여성 종신 교수였다. 2019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파이어니어(개척자)상'을 수상한 이진형 스탠퍼드대 교수는 한국 여성 최초로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종신교수로 임명되며 화제를 모았다. 

종신교수(tenure)는 대학에서의 평생 고용을 의미한다. 1년 단위로 학교와 계약을 맺는 계약직(contract based) 교수와 달리 종신교수는 해고의 위험없이 학교에 남아 오랫동안 연구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혜택이 큰 만큼 까다롭게 이뤄지는 것이 종신 교수 심사다. 

그러나 고된 과정을 거쳐 종신 교수로 임명되고도 학계를 떠나는 여성의 비율이 남성 교수에 비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이 미국 전역의 대학에서 종신직으로 임명 과정을 밟고 있거나 종신교수로 임명된 고용 데이터 24만 5270개를 분석한 결과,  교수직의 첫 단계인 조교수부터 정교수, 종신 교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여성의 이탈률이 남성보다 높았다.

조교수 단계에서 학계를 떠나는 여성의 비율은 남성에 비해 매년 6% 높았다.  이탈률은 특히 대학에서의 고용이 보장된 정교수 집단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정교수로 임명된 여성 교수 중 학계를 떠나는 여성의 비율은 남성보다 19% 더 많았다. 

이공계·비이공계 교수로 나눠 분석한 결과, 이공계(과학, 기술, 공학, 수학계)에 종사하는 여성 정교수보다 경제, 사회학과 등 비이공계에 종사하는 여성 정교수가 학계를 떠날 가능성이 더 높았다. 다만 공학계에선 유일하게 교수직을 그만두는 남성의 비율이 여성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학 분야에서 조교수직을 그만두는 남성의 비율은 전체의 77%로 여성보다 훨씬 높았다.  

연구팀은 전현직 교수진 1만 명을 대상으로 교수직을 그만두게 만든 요인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 결과 남성 응답자의 40%는 '대우가 더 나은 직장에 가고 싶어서'라고 응답했다. 여성 응답자의 43%는 '연구 환경에 문제가 있어서'라고 답했다. 남성 교수의 34%도 연구 환경에서의 문제를 지적했다. '일과 삶의 균형이 부족해서'라는 응답은 두 성별에서 비슷하게 도출됐다. 다만 '직장 내 차별'이라는 응답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여성 교수의 29%는 차별대우로 학계를 떠났다고 밝혔다. '차별'을 꼽은 남성교수는 10%였다. 

논문 제 1저자인 케이티 스푼 박사는 "정교수라는 타이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면 정교수로 임명된 후 성별 간 차이가 벌어지는 건 놀라운 일"이라며 "정교수직에 있는 여성과 그들의 경험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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