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마지막 금싸라기 땅’ 헌인마을 사업…개발업체 특혜의혹 커져

2023. 10. 2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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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주택 단지 조성이 계획돼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알려진 서초구 내곡동 소재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 진행 과정에서 개발사업자에게 특혜가 집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환지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사업을 통해 개발사업자는 새로 조성되는 부지 중 아파트 등 공동주택 조성이 가능한 제2종 전용주거지역 택지를 받는 반면, 정작 이곳에 토지를 보유한 원주민들은 단독주택만 지을 수 있는 제1종 전용주거지역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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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성 높은 ‘2종 주거지역’ 원주민 땅 개발업체 품으로
서울시 “개발 주체는 조합, 조합 의결된 계획 인가했을 뿐”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 조감도 제공=서울시


고급주택 단지 조성이 계획돼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알려진 서초구 내곡동 소재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 진행 과정에서 개발사업자에게 특혜가 집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환지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사업을 통해 개발사업자는 새로 조성되는 부지 중 아파트 등 공동주택 조성이 가능한 제2종 전용주거지역 택지를 받는 반면, 정작 이곳에 토지를 보유한 원주민들은 단독주택만 지을 수 있는 제1종 전용주거지역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2003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개발밀도를 엄격하게 제한해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구역 내 1종은 최고 높이 2층(용적률 100%), 2종은 1층이 더 높은 3층(용적률 120%) 건축이 가능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또 “어느 위치를 환지 받든 종전토지의 가치만큼 환지를 받으므로 환지 위치에 따른 유불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의원(더불어민주당 김포시 을)은 서울시가 구역지정을 하고 서초구가 사업승인한 헌인마을 개발사업과 관련해 사업자 특혜의혹이 나오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13만2523㎡에 달하는 헌인마을 사업구역은 구룡마을, 개미마을과 함께 강남 3대 무허가판자촌이었으나, 최근 고급주택 단지 조성이 계획되는 등 천지개벽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최근 환지방식을 둘러싸고 이곳 원주민과 개발사업자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은 ‘도시개발법 제11조 1항’에 따라 현재 조합이 개발사업 주체이며, 기존 토지 소유주에게 보상금을 주는 대신 새로 조성하는 택지에 토지 소유권을 이전시키는 환지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2021년 4월 실시계획 인가로 급물살을 타던 해당 사업은 같은 해 8월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실시계획 변경 인가가 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기존에 인가된 실시계획 상에서는 1종 전용주거지역과 2종 전용주거지역 토지주들이 각각 제자리나 근거리 토지를 환급받도록 된 데 비해 변경된 실시계획에서는 2종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환지 받을 땅을 개발업체가 받게 됐기 때문이다. 즉 상대적으로 개발수익이 높은 기존 주민들 땅을 개발업체가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환지 계획을 둘러싼 논란이 생기며 개발업체가 조합을 설립하던 초기부터 편법이 동원됐다는 의혹 또한 제기된다. 개발업체는 2006년 4월 삼부토건 등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우리강남PFV다. 이 업체는 금융기관으로부터 4270억원을 대출 받아 토지 매입에 박차를 가했으나, 결국 전체 부지의 약 75%를 매입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2009년 해당 사업구역에 조합이 설립되면서 사업은 이어졌다. 박 의원에 따르면 조합설립 인가 당시 조합원 225명 중 166명은 사업구역 내에 토지를 보유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중 110명은 2006년 이미 우리강남PFV에 토지를 매도한 뒤 명의를 실제 매수인인 우리강남PFV가 아니라 신탁사로 이전했다. 나머지 56명은 우리강남 PFV가 111㎡(3필지) 토지의 지분을 2㎡씩 쪼갠 뒤 자사 직원 및 직원 가족 명의로 등기하는 편법을 써 생긴 조합원들이다.

박 의원은 2009년 당시 조합설립 인가에 대해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명시된 ‘실권리자명의 등기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무효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논란에도 지난 6월 서초구청은 환지계획 인가를 한 뒤 철거를 허가하고 있다. 이에 조합은 헌인마을에 50년 이상 거주한 주택 소유자들에게 퇴거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박 의원은 “오세훈 시장의 실시계획 변경인가로 인해 헌인마을에서 50년 이상 살아온 원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정든 집에서 강제로 퇴거당할 위기에 처했다”면서 “서울시는 개발업체에만 특혜를 주고 원주민은 피해를 보는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 변경인가를 취소하고 실시계획을 재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지난 2016년부터 조합원이 제기한 ‘도시개발구역지정 무효 확인 소송’, ‘임시총회결의 무효 등 확인 소송’ 등 총 4건의 소송 결과를 예로 들며 “신탁재산의 위탁자 및 공유지분 소유자가 사업에 대한 동의권을 행사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한 것은 적정한 것으로 판결됐다”고 밝혔다. 111㎡ 규모 토지 지분공유자 56명 등 166명에 대한 조합원 지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실시계획 변경에 따른 환지과정에서 기존 토지주들이 손해를 보게 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조합총회에서 의결된 계획안을 인가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헌인마을 사업의 구체적 계획은 민간(조합)이 수립 주체가 되며 서울시는 적법한 조합이 제출한 사업계획이 법률상 하자가 없는지를 검토하는 등 통상적 절차에 따라 인가를 내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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