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시진핑, 미국 제치고 '전쟁 중재자'로 나서나

박진형 2023. 10. 2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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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으로 신속히 평화 중재 역할 자임…팔 독립국 해법 강조
하마스 비난은 피하고 이스라엘은 비판…"아랍국가들 환심 사려는 것"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타르-타스=연합뉴스. 자료화면]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나서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이 이번 전쟁 발발 이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평화 중재자'를 자임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2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약 1년이 지나서 중재안을 냈지만, 이번에는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부터 불과 며칠 만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의 친구"를 자처하면서 외교적 공세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9일 베이징에서 모스타파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를 만나 이번 전쟁과 관련해 "분쟁이 확대돼 통제 불능에 빠지거나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를 초래하지 않도록 가능한 한 빨리 휴전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또 "분쟁의 반복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독립적인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해 양측의 평화 공존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전쟁 발발 이후 시 주석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중국은 이번 전쟁과 관련해 "공정한 조정·중재 활동을 수행하겠다"며 자이쥔 중동문제 특사를 현지에 파견하는 등 활발한 외교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자이 특사는 이날 주이집트 중국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간인을 해치고 국제법을 위반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면서 팔레스타인 독립국 수립을 뜻하는 '2개 국가 방안'이 문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쟁 발발 직후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이집트의 외교부 당국자 등과 전화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논의한 데 이어 카타르와 이집트를 찾았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도 방문하기로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모스타파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모스타파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는 모습. 2023.10.23 [신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은 1960년대 중반부터 팔레스타인 측에 무기를 공급하고 흔들림 없는 지원을 약속하는 등 공개적으로 팔레스타인과 아랍 각국 편에 섰다.

이후 1976년 마오쩌둥 사망 이후 개혁·개방 정책을 펼치면서 기존 입장을 완화해 이스라엘과 1992년 수교했으며, 이후 중동의 고질적인 갈등과 거리를 두면서 양측과 우호 관계를 지속하려 노력했다.

그러다 2012년 이후 시 주석 집권기 들어 중동에서 중국의 경제적 활동이 늘어나자 중국은 점차 아랍 각국의 환심을 사려고 애쓰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중재 제안을 내놓고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이런 정책 기조 전환은 중국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한 것일 뿐 아니라 중국이 원하는 세계 질서 재편 방향에 대해 아랍 각국의 지지를 얻기 위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 3월 중동의 앙숙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에서 중재에 성공, 양국 외교관계 정상화를 이끈 성과를 낸 점도 중국 외교의 적극적인 행보에 힘을 싣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차원에서 시 주석은 지난 6월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을 지지했다.

중국의 지원 확대 약속에 아바스 수반은 무슬림이 대다수인 신장위구르자치구 주민들에 대한 탄압이 "극단주의 제거"이며 "인권 문제와 무관하다"고 화답했다.

이에 이달 초 아말 자도우 PA 외무장관은 자이 특사와 전화 통화에서 "팔레스타인은 중국을 신뢰한다"며 중국의 건설적인 대화 개입을 환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전쟁 국면에서도 중국 관리들은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과 인질 납치 등 만행은 아직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하마스를 언급하는 것조차 피하면서 민간인 피해에 반대한다고만 밝혔다고 WP는 지적했다.

중국은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이 지난 14일 "자기 방어권의 범위를 이미 넘어섰다"고 지적하는 등 훨씬 더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처럼 팔레스타인 쪽으로 치우친 듯한 중국의 자세에 이스라엘은 대체로 퇴짜를 놓는 분위기여서 중국의 '중재'가 실제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주베이징 이스라엘대사관의 고위 관리인 유발 왁스는 하마스의 공격 다음 날인 지난 8일 중국을 겨냥해 "사람들이 살해당하고 길거리에서 학살당하는 때는 '2개 국가 방안'을 촉구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오른쪽)과 자이쥔 중국 중동특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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