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증거인멸 의혹 검사, 재판서 “증언 거부”

김희진 기자 2023. 10. 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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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심을 받는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수정관실) 검사가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증언을 거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 심리로 23일 열린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의 고발사주 의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임모 창원지검 검사(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연구관)는 “이 사건 피의자로 입건됐다가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증거인멸 혐의로도 별도 고발돼 사건이 공수처에 계류 중”이라며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인은 자신이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을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을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임 검사는 이후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증인신문에서 모든 질문에 “증언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공수처 측은 수정관실에서 일하며 판결문 등 자료를 검색한 경위, 손 차장검사(당시 수사정보정책관) 등 윗선의 지시 여부, 고발사주 의혹이 보도된 후 수정관실 PC를 포맷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물었지만 임 검사는 증언을 거부했다.

임 검사는 수정관실 소속이던 2020년 4월 손 차장검사 등 지시로 ‘채널A 강요미수 사건’ 의혹 제보자인 지모씨의 실명 판결문 등을 검색해 보고했다는 의심을 받아 입건됐지만 공수처는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은 임 검사가 2021년 고발사주 의혹이 처음 보도된 날 수정관실 PC 하드디스크를 포맷했다며 증거인멸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재판부는 “증언을 거부할 법률상 사유가 있다고 보이지만 모두가 거부하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증인은 검사로서 수사를 하고 사건 실체를 밝혀 내용에 따라 적절한 법 적용을 받아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죄를 묻는 역할을 한다. 이런 검사 신분에 비춰봐도 가급적 증언을 거부하지 않고 사실을 밝혀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임 검사는 “구체적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다양한 일들로 언론에서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공개된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이 오해를 사거나 잘못된 보도로 이어지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진술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고발사주 사건은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의원 후보였던 최강욱 전 의원과 유시민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범여권 인사의 고발을 국민의힘에 사주했다는 것이다. 손 차장검사는 최 전 의원 등에 대한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 이미지를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텔레그램으로 전달한 혐의(공무상비밀누설 등)로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졌다.

임 검사와 같은 의혹을 받는 전 수정관실 소속 성모 검사도 고발사주 의혹 재판에 나와 다수 질문에 증언을 거부했다. 김웅 의원은 지난 7월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기억이 없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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