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가 아르헨 대선…‘깜짝 1위’ 現 경제장관 vs ‘돌풍 주춤’ 극우괴짜, 승자는?

2023. 10. 23. 15: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달 19일 아르헨티나 대통령 결선 투표에서 맞붙게된 집권당 좌파 세르히오 마사 후보(왼쪽)과 극우파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 [AP, AF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22일(현지시간)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통령선거에서 집권당 좌파 세르히오 마사 후보가 예비선거에서 ‘극우 돌풍’의 주역인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를 누르고 깜짝 1위에 오르면서, 4주후 치러질 결선투표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시계제로 상태에 빠졌다.

현 정부 경제장관인 마사 후보가 기세를 몰아 승부 굳히기에 성공할 것인지, 정치 아웃사이더이자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 불리는 말레이 후보가 기성정치권에 대한 여론의 반감을 등에 업고 재역전에 성공할지 다가오는 결선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갈 지 주목된다.

이날 마사 후보는 97.98% 개표를 완료한 가운데 36.64%를 득표해 1위에 올랐다. 지난 8월 예비선거에서 1위에 오른 밀레이 후보는 30.0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다만 1위 마사 후보가 40% 이상 득표에 실패하면서 당선 확정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서 두 후보는 다음 달 19일 결선에서 아르헨티나 대권을 놓고 마지막 승부를 벌이게 됐다.

이들 두 후보는 정치적 배경과 경력, 이념 등 모든 면에서 서로 대척점에 선 인물로 평가된다.

집권여당의 마사 후보는 아르헨티나 현대 정치사를 지배한 최대 정치 세력인 페론주의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현 정부에서 경제 장관을 맡고 있고, 앞서 하원 의장, 티그레 시장, 대통령 비서실장 등 주요 핵심 보직을 역임했다. 지난 2015년 대선에 출마한 적 있으나 본선에서 3위에 그치며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2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세르지오 마사 후보가 1위에 오르자, 마사 후보의 한 지지자가 선거 본부에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그림을 걸고 있다. [AP]

마사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밀레이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대중 확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선거 운동 기간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 및 전임 경제 장관들과 약간씩 거리를 두며 현 정부의 실정의 그림자에서 에서 벗어나려는 모습도 보였다.

장관으로서 미국·중국·브라질을 비롯한 주요국과 쌓은 스킨십이 마사 후보의 정치적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대선 캠페인 전에는 외채 재협상을 진두지휘하며 나름의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마사 후보가 본선에서 승기를 잡은 것은 국가 경제 위기 속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국정 운영 가능성을 보여준데다, 그가 내놓은 신뢰도 높은 정책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을 늘리고 달러 지출을 줄이는 조처를 통해 달러 준비금을 축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이 아이디어는 중국 위안화 사용 확대를 지렛대 삼고 있는데, 실제 그는 몇 차례 방중을 통해 중국과의 밀착을 강화하는 데 앞장섰다.

또한 빈곤층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 보조금 도입과 달러 암시장 단속 강화 등의 정책과 함께 디지털 통화 도입 등도 함께 내세우며 ‘변화’에 대한 대응 의지도 보여준 것이 숨은 표를 끌어내는 데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밀레이 후보는 지난 8월 예비선거에서 1위에 오르며 변방의 정치인에서 단숨에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올랐다. 당시 밀레이 후보의 1위 배경에는 연간 인플레이션 140%, 빈곤율 40%의 경제 상황을 강하게 비판하며 “기성 정치인을 다 쓸어 버리자”는 과격한 연설이 유권자들을 사로잡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강한 불만을 가진 이들을 주요 지지층으로 포섭했다는 것이다.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가 2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대선 투표결과 발표 후 지지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그는 22일 본선을 앞두고 시행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선두를 유지하며 순조롭게 대권을 거머쥐는 듯 보였지만, 정제되지 않은 언행과 과격한 공약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일례로 밀레이 후보는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배설물’로 표현하며, 자국 통화 대신 달러를 공식 통화로 사용하겠다고 수 차례 공언했다. 하지만 표심을 겨냥한 이 공약은 오히려 유권자들의 불안 심리를 더 크게 자극하며, 사실상 아르헨티나 사회에 통용되는 비공식 환율 시장을 크게 요동치게 했다.

또한 그는 중앙은행 폐쇄 공약을 내세우면서 “중앙은행을 폭파해야 한다”라는 용어를 쓰는 등 중앙은행의 통화신용정책 효과와 이에 따른 물가안정 기능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밀레이 후보는 자국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을 ‘악마’, ‘공산주의자’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면서 국민 70∼80%가 가톨릭 신자인 자국의 다른 대선 후보들의 거센 공격을 받은 바 있다.

예측불허의 결선을 앞둔 두 후보는 결선 진출에 실패한 후보 지지자들의 표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3%대의 득표율로 본선에서 3위를 차지한 파트리시아 불리치 후보 지지자들의 표심이 어디로 흐를지가 최대 변수다.

중도우파 성향의 불리치 후보의 지지층이 대거 밀레이 후보에게 유입될 수 있지만, 현지 매체들은 불리치 후보 지지자 중 밀레이 후보에게 반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중도 성향의 페론주의자들도 불리치 후보 주요 지지층으로, 이는 마사 후보 캠프엔 긍정적인 요소로 볼 수 있다.

밀레이 후보가 전기톱을 들고 유세에 참석하는 등의 거친 모습을 계속 유지할지도 관심사다. 현재로선 그가 현 정부 때리기로 수세 국면을 전환하는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balm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