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에 전세계 테러 위험↑… 美 국무부, 재외 자국민에 주의 당부

정미하 기자 2023. 10. 23. 15: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국, 프랑스, 벨기에 특히 취약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란, 레바논 등이 하마스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최근 들어 감소했던 서방에 대한 테러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미 유럽에서는 반(反)이스라엘 관련 폭력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이슬람국가(IS) 소속이라고 주장하는 한 남성이 브뤼셀에서 스웨덴인 2명에서 총을 쐈다. 미국 일리노이주에서는 집주인이 6세의 무슬림 소년을 살해했다. 경찰은 이를 증오범죄로 규정했다.

22일(현지 시각) 덴마크 코펜하겐의 덴마크 의회 밖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 / EPA 연합뉴스

미국 정보기관은 테러 증가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 15일 브리핑을 통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 유대인과 무슬림 모두에 대한 위협이 증가했다며 “미국에서 하마스 관련 모방 테러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레이 FBI 국장 “(하마스 공격 이후) 위협은 상당히 진행 중이며 실제 위협 상황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며 “우리는 하마스나 다른 해외 테러 조직이 분쟁을 이용해 그들 지지자에게 미국에 대한 공격을 가하도록 촉구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고, 무시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테러 가능성이 증가하자 미국 정보 기관은 로스앤젤레스, 디트로이트, 시카고 등 가자에서 온 이주자들이 많은 도시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다. 또한, 하마스가 이스라엘 음악 축제 현장을 공격한 것과 유사하게 대규모 인원이 몰리는 곳을 겨냥한 사고를 막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대한 감독도 강화했다.

영국 국내 정보기관인 MI5도 테러 위협을 경고했다. 켄 매컬럼 영국 국내정보국(MI5) 국장은 1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이슬람 급진주의자들과 반유대주의자, 신나치주의자가 유대인 공동체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중동 지역 사태가 잔혹한 테러를 부추길 수 있어 영국에 있는 이슬람주의자들을 자세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영국 런던 소재 싱크탱크인 전략대화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라샤드 알리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이후 영국에서 이미 낮은 수준의 범죄와 반유대주의 사건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런던에서는 2주 연속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열렸고, 이들 중 일부는 나치를 연상시키는 깃발을 들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테러 단체 전문가들은 폭력과 공격의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 방향,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 중동에서의 분쟁 확대 규모에 따라 테러 위협 강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프리카, 파키스탄 등지에 자리 잡고 있는 미국이 지정한 테러 단체들은 하마스가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하마스를 지지했다. 대표적인 것이 IS와 아프리카 알카에다 지부, 예멘 후티 반군, 이라크와 시리아의 시아파 민병대다. 이들 일부는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공격을 촉구하기도 했다.

여기다 가자지구 내 병원에서 17일 폭발이 발생한 이후 하마스가 이를 이스라엘의 공격이라고 지목하면서 중동 전역에 반서방 여론이 급증했다. 극단주의 언론을 감시하는 SITE 인텔리전스 그룹에 따르면 가자지구 병원 폭발 이후 아라비아 반도의 알카에다가 미국과 이스라엘 대한 보복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미국, 캐나다, 프랑스 정보 당국은 해당 폭발이 가자지구 내에서 발사된 로켓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먹히지 않고 있다. 이에 미 국무부는 재외 미국인에게 테러 위험을 경계하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무슬림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고 국경이 붙어있는 유럽이 테러에 취약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WSJ는 “테러 위협에 가장 취약한 국가는 프랑스, 벨기에, 영국처럼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고 대규모 이민자를 수용하고 있는 국가”라고 말했다. WSJ는 “하마스가 수행한 것과 같은 성공적인 테러 공격은 같은 생각을 가진 다른 단체와 개인에게 영감을 주는 경향이 있다”며 “연쇄 효과로 새로운 테러 집단이 탄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테러 및 반란 역사 전문가인 브루스 호프만 조지타운대 교수는 “공중, 지상, 해상을 통해 이뤄진 하마스의 공격은 미국에 이어 세계 최고의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이스라엘에 대항한 무장 단체 역사상 전례없는 성공이었다”며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여타 무장 단체의 타당성을 입증하고 연대를 표현하며, 다시 한번 무대에 등장할 수 있다는 계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