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누비며 준비했는데 '우주항공청법' 하세월…힘 빠지고 답답한 경남

경남CBS 최호영 기자 2023. 10. 2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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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청 특별법 과방위 안건조정위 '연구개발' 합의 실패
세계 우주항공기관 협력체계 구축 경남도 '답답'
국민의힘 등 경남 정치권·도민 상경 집회 "받아쓰기 기관 만드냐" 반발
경남도청에 세워진 누리호 모형. 경남도청 제공


'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도 통과가 불발되자 늦어도 내년 초 사천 개청을 준비 중인 경상남도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안건조정위는 90일의 활동 기한이 끝나는 23일까지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지난 네 번의 회의에서 우주항공청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외청으로 두는 등은 대부분 내용에 합의했지만, 연구개발(R&D) 기능 직접 수행 여부를 놓고 여야 이견이 갈려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제 특별법은 다시 과방위의 법안심사 소위로 돌아가 원점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 특별법이 통과가 조금 지연되더라도 내년 초에는 우주항공청을 사천에 개청한다는 경남도의 목표도 불확실해졌다.

국정감사가 끝나는 다음 달부터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로 이어져 특별법이 제대로 논의될지 미지수다. 자칫 연내 통과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청에 대비한 임시 청사 등의 준비를 마친 경남도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앞서 박완수 지사 등 경남대표단은 유럽의 우주 심장부로 불리는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와 우주항공도시 프랑스 툴루즈, 그리고 세계 최고 우주개발 기관으로 꼽히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최대 연구조직이자 최초 우주센터인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우주항공 연구기관이 밀집한 메릴랜드주 정부를 방문해 사천에 들어설 우주항공청 설립과 관련한 기능·위상·운영 등에 대한 조언을 듣고 협력체계 구축도 마쳤다.

김병규 경제부지사 일행도 일본판 NASA로 불리는 일본국립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최대 항공우주산업단지가 있는 아이치현을 찾아 교류 협약을 맺었다.

우주항공청 개청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자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세계적인 우주항공기관을 찾아 아이디어를 얻고자 선제적인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는데도 특별법이 또다시 원점 논의로 돌아가면서 힘이 빠지는 분위기다.

우주항공청 특별법 조속 통과 촉구 기자회견. 경남도청 제공


이를 두고 박완수 경남지사는 최근 실국본부장 회의에서 "특정 지역이나 특정 기관의 이기주의와 자리, 이익 때문에 국가 백년대계인 우주항공청 설치를 위한 특별법이 가로막혀 있다"며 "국민에게 지탄받아야 할 일이며 그 지역의 정치인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 나사 등을 통해 연구개발 기능이 없는 우주항공청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점을 확인한 박 지사는 "나사는 우주경제 관련 일을 총괄하고 있다. 그 지휘 통솔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가장 중요한 연구개발 기능을 빼자는 것은 우주항공청을 설치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 도민들은 또다시 상경 투쟁을 벌였다. 도민 350여 명 등 우주항공청 설치 범도민 추진위원회는 23일 서울 민주당사 앞에서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는 항의 집회를 열었다. 지난 7·8월에 이은 세 번째 집회다.

이들은 "우주항공청 직접 연구기능을 반대하는 것은 설치를 최대한 지연하겠다는 것과 설치를 할 수 없다면 껍데기만 남기겠다는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며 "우주항공청은 단순히 '받아쓰기'를 위한 기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경남도당 등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우주항공청 신속 의결을 위한 안건조정위 활동을 일방적으로 종료 선언했다"며 "국민의 여망과 우주항공청 설립을 간절히 원하는 700만 경남인을 속이기 위한 시간끌기 수단이었냐"고 반발했다.

기자회견문에는 경상남도를 비롯해 최형두 도당 위원장 등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13명과 도의회, 경남시군협의회, 경남시군의회협의회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민주당은 일부 국책 연구기관 노조에 편승해 대전·전남·경남의 우주경제 3각 체제를 외면하고, 급기야 우주항공청의 핵심기능인 연구개발을 뺏어 단순 행정조직으로 전락시키려 한다"면서 "우주항공청법과 관련된 그 어떤 이해관계도 국익에 앞설 수 없다"며 특별법 지연을 규탄했다.

박동식 사천시장 국회 1인 시위. 경남도청 제공


박동식 사천시장도 이날 "정책 결정 과정에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부 이해관계 충돌이 지역 갈등으로 비화되어선 안 되고, 나아가 우주항공청 설치라는 국가 백년대계를 망치게 해서는 안된다"며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는 '우주항공청 역할 설정 방향'을 주제로 조기 개청을 위한 토론회도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우주항공청이 직접 연구개발 기능을 수행해 관련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더 많은 연구 기회를 제공하고, 산업계에서도 새로운 시장 창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부각됐다.

또, 나사 등 세계의 대부분 전담조직에서 직접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점, 세계의 전담조직과 함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등 국제적인 과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직접 연구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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