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으로 기억되길”…제빵사 꿈꾸던 23살, 6명 살리고 하늘로

제빵사를 꿈꾸던 20대 여성이 집에서 갑자기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후 뇌사 장기기증으로 6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8월 뇌사 상태였던 故 정희수(23)씨가 고대 안암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좌우), 간장(좌우), 신장(좌우)을 6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23일 밝혔다.

고인은 지난 7월30일 집에서 쓰러진 후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고인의 부모는 어린 자식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고,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는 의료진의 말에 다시 살릴 수 있다면 심장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한다. 세상에 왔으니 빛과 소금처럼 좋은 일을 하고 간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면서 어디선가 딸과 같이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증을 결심했다.

서울에서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고인은 집에서 가족들과 있을 때는 밝고 쾌활했지만, 밖에서는 묻는 말에만 대답하던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였다. 어려서부터 막내로 가족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 사랑을 베풀 줄 알고 정이 많았다고 한다.

고인은 제과 제빵에 관심이 많았고 고등학교 졸업 후 바리스타 일을 했다. 일을 한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이지만, 한 번도 지각 없이 아침 7시까지 출근하는 성실한 생활을 했다.

고인의 어머니 김혜정 씨는 “하나님이 하늘에 천사가 필요했나 보다"면서 "짧은 23년을 살다 갔지만 엄마 아빠 언니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잊지 않고 함께 하자. 너무 사랑하고, 영원히 잊지 않을게. 엄마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다”면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꿈을 미처 다 펼쳐보지도 못하고 떠난 기증자 정희수씨와 다른 아픈 이를 걱정하는 마음에 기증 결심을 해주신 유가족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따뜻한 마음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기증원 모두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