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구속영장 발부' 이화영측, 법관 기피신청으로 반격
검찰은 허위 증언 유도, 재판부는 유도신문 제지 의무 위반 주장
이화영 변호인단 "재판 지연 위한 기피 신청 절대 아냐"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에 연루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세 번째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이 재판을 진행 중인 법관들에 대한 기피신청을 하기로 했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단(김현철·김광민 변호사)은 이날 오전 11시 경기도의회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가 재판을 피고인에게 불공평하게 진행할 우려 있기 때문에 기피신청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이 밝힌 기피신청 사유는 △증인신문에 관한 형사소송규칙의 위반 △불명료한 쟁점에 대한 석명의무의 불이행 △기소되지 않은 사실에 관한 증인신문을 허용함으로써 사건에 대한 예단을 형성한 점 △재판진행의 불공평 △위법한 추가구속영장의 발부 △증거인멸교사죄에 대한 공소장 변경의 문제 등이다.
변호인단이 공개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증언녹취서를 보면 검찰은 김 전 회장에게 "쌍방울과 조선아태위 협약서 계약금 500만달러라고 기재되어 있는데, 이는 실제 계약금 성격의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김현철 변호사는 "검사는 '계약금 성격의 의미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허위증언을 유도했다"라며 "형사소송규칙 제75조제3항은 재판장에게 유도신문을 제지할 의무를 부과했는데, 이 사건 재판장은 이러한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재판 지연을 목적으로 기피 신청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런 시각은 옳지 않다"며 "지금 재판부는 향후 자기 스스로 부끄러워야 할 재판으로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광민 변호사도 "이런 프레임도 검찰이 만든 프레임"이라며 "얼마 전엔 '이화영 측인 이재명 대표 수사 때문에 재판을 고의로 지연하려 한다'는 검찰의 프레임이 먹혀들어 갔는데 현재는 그런 게 전혀 적용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재판부 기피 신청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이 전 부지사가 두달여만에 마음을 바꾼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그때만 해도 '다 무죄로 해줄 테니까 이재명에 보고한 거로 진술하라'는 검찰의 회유에 거래할 생각이 있었던 것인데 그렇게 해선 이화영이 이후에 설 자리가 없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은 이날 기자회견에 사용한 PPT 자료에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사진 등 증거 자료를 일부 제시하기도 했다.
김현철 변호사는 "검찰로부터 등사·열람한 수사 기록을 남용할 경우 처벌 받을 수 있어 제가 오늘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을 때 많은 선배 변호사가 조언했다"며 "그러나 여러분이 증거를 직접 봐야 이 사건 기소가 어떤 식으로 허무맹랑하게 진행됐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 중요한 부분을 캡처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수원지법에 기피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재판 지연을 목적으로 한 기피신청의 경우 해당 재판부가 이를 기각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 다른 재판부로 기피 사건이 배당돼 변호인 의견을 검토한 뒤 기피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 예정된 이 전 부지사의 쌍방울 50차 공판은 자동으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1년째 구속 수감중인 이 전 부지사는 지난 13일 구속기한이 6개월 연장됐다. 재판부는 "증거인멸 염려와 도주 우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 전 부지사는 2021년 10월 당시 언론에서 자신에 대한 쌍방울 법인카드 의혹 관련 취재가 시작되자 김 전 회장에게 카드 사용내역 등 관련 자료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쌍방울 임직원들은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같은해 11월까지 관련 내용이 담긴 PC하드디스크을 교체하거나 파쇄하는 등 인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9월 28일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법인차량(3대)을 제공받는 등 3억 2천만 원의 정치자금(뇌물 2억 6천만 원)을 받은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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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준석 기자 lj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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