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사라지는 알뜰폰 ‘0원 요금제’… 가입자 수 증가세 주춤해질 듯

윤진우 기자 2023. 10. 2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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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 30여종에서 이달 말 8종으로 급감
5개 중소업체만 판매… 데이터 1.5GB 이하 등 미끼 상품
통신 3사 견제에 ‘팔수록 손해’ 구조로
당분간 ‘통신 3사→알뜰폰’ 이동 주춤할 듯…도매대가 방식 바꿔야
서울 시내의 한 알뜰폰 판매점./연합뉴스

알뜰폰 업체들이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마진을 줄여 내놓은 ‘0원 요금제’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알뜰폰 시장을 이끌었던 요금제가 사라지면서 가입자 수 증가세가 주춤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알뜰폰 비교 사이트 ‘알뜰폰허브’에 따르면 알뜰폰 업체들이 판매 중인 월 이용료가 없는 0원 요금제는 총 8종이다. 지난달 20여종에서 한 달 새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0원 요금제를 판매 중인 업체는 에넥스텔레콤, 이지모바일, 티플러스, 이야기모바일, 스마트텔 등 5개 중소 업체 뿐이다. 알뜰폰 업계를 중심으로 “사실상 0원 요금제는 끝났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0원 요금제는 통신 요금을 일정 기간 내지 않아도 되는 요금제를 말한다. 알뜰폰 업체들이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내놨다. 가입자들은 평균 6개월간 통신 요금을 받지 않고 약정 기간도 없어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 대부분 월 데이터 제공량이 10기가바이트(GB) 이하로 크지 않지만 가격에 민감한 2030세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 알뜰폰 성장 주역 ‘0원 요금제’… 영업 보조금 줄면서 팔면 손해

0원 요금제는 지난 5월 입소문을 타면서 80종까지 늘었다. 중소 알뜰폰 업체는 물론이고 토스모바일, KG모바일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알뜰폰 업체도 0원 요금제를 내놓아 올 5월에만 통신 3사에서 10만명 이상이 알뜰폰으로 옮겨갔다. 이는 알뜰폰 서비스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최대 규모로 알뜰폰 업체들의 0원 요금제 유치 경쟁이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통신 3사가 알뜰폰 업체에 지급하는 영업 보조금을 줄이면서 호황은 3개월 만에 끝났다. 알뜰폰에 통신망을 제공하는 통신 3사가 판매 장려금에 해당하는 영업 보조금을 절반으로 줄이면서 알뜰폰 0원 요금제 상품 수는 6월 들어 30여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고, 지난 8월 10개 미만으로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영업 보조금은 통신 3사가 자사 통신망을 사용하는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알뜰폰 업체에 가입자당 20만원 정도를 지급하는 장려금이다. 알뜰폰 업체들은 보조금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방법으로 0원 요금제를 판매했는데, 보조금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0원 요금제를 팔면 손해가 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래픽=정서희

그럼에도 일부 알뜰폰 업체들은 절반으로 줄어든 영업 보조금까지 털어 0원 요금제를 8월 말부터 다시 내놓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달 초 기준 0원 요금제는 30~40개 수준으로 다시 늘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오래 가지 못했다. 판매 중인 0원 요금제 대부분이 월 데이터 요금제 5GB 이하 등으로 알뜰폰을 찾는 가입자 수가 줄었고, 0원 요금제는 다시 10개 미만으로 줄었다.

◇ 알뜰폰 업계 “도매대가 낮춰야 가계 통신비 완화 가능”

0원 요금제가 사라지면서 알뜰폰 가입자 수 유입은 당분간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LTE(4세대 이동통신) 가입자를 중심으로 한 알뜰폰 이동 수요가 있지만, 올해 초와 같이 매월 6만명이 넘어가는 ‘알뜰폰 대이동’은 기대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3분기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탄 가입자 수는 18만605명으로 전 분기 대비 3개월 새 4만명이 줄었다.

알뜰폰 업체들이 통신 3사의 망을 가져와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판매하는 ‘단순 재판매’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는 것 말고는 다시 성장세를 보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위해 알뜰폰 업계는 망 사용료인 도매대가 산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사용 중인 리테일 마이너스는 통신망 사업자가 알뜰폰에 통신망을 제공할 때 소매가격에서 마케팅과 연구개발비 등을 제외한 방식이다. 소비자에게 1GB당 500원에 판매하는 LTE(4세대 이동통신) 통신망 비용을 알뜰폰 업체에는 마케팅비 100원, 연구개발비 100원을 제외한 300원으로 제공하는 식이다. 반면 알뜰폰 업계가 요구하는 코스트 플러스 방식은 통신망을 제공하는 통신 3사에 일정 수준 수익률만 보장한다. 통신망 원가에 최소한의 이자비용만 더해 도매대가를 정한다. 가령 LTE 데이터 원가가 1GB당 300원일 경우 이자 비용 100원만 더해 도매대가는 400원이 된다. 단순 계산해 리테일 마이너스 대비 코스프 플러스로 알뜰폰 업계가 부담하는 도매대가는 20% 이상 내려간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세종텔레콤 회장)은 “0원 요금제가 사라지고 알뜰폰 가입자 수 증가세가 주춤한 건 여전히 통신 3사에 얽매인 도매대가 때문”이라며 “도매대가 산정 방식을 바꿔 부담을 낮춰야 알뜰폰 가입자 수를 늘릴 수 있고, 정부가 원하는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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