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돈봉투 녹취록 제출 불법 없었다”...송영길 주장 반박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23일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을 검찰에 자발적으로 제출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정근 녹취록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송영길 전 대표 측 인사들이 야당 국회의원들과 지역본부장 등에게 돈 봉투를 살포한 정황이 담겨 있는 핵심 증거다.
그간 송 전 대표 측은 검찰이 녹취록을 이씨 등의 동의 없이 위법하게 수집했다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녹취록의 주인인 이씨가 “임의 제출한 것”이라고 법정에서 밝힌 것이다.
이씨는 이날 윤관석(무소속) 의원, 강래구(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 박용수(송 전 대표 보좌관 출신)씨의 ‘돈 봉투’ 재판에서 “(휴대전화 등을 검찰에) 임의 제출했다”며 “자료를 제출하면서 어떤 사건에 한정한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돈 봉투와 별개인 알선수재 사건으로 이씨를 수사하다가 그의 스마트폰에서 ‘이정근 녹취록’을 발견,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녹취록을) 다른 사건 증거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동의했느냐”고 묻자 이씨는 “네”라고 답했다.
이씨는 이어 녹취록 등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불법성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씨의) 휴대폰에 담긴 녹음 파일과 메시지 등을 강래구, 박용수, 윤관석 등 (돈 봉투) 사건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증거능력이 불법적이라고 주장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도 이씨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씨의 법정 진술은 검찰이 불법적으로 증거를 입수해 수사를 진행했다는 송 전 대표의 주장과 배치된다. 송 전 대표는 지난 6월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이 (이정근) 녹취록을 얻으면 변호인과 피고인의 동의하에 참관 하에 녹취가 이렇게 추출이 돼야 되는데 그 과정이 없다는 거 아니겠느냐”라며 “저는 위법 수집 증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5월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정근, 강래구 등의 녹취파일은 편집, 짜깁기된 것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집된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또 자신이 돈을 먼저 요구한 적이 없는데도, 이성만 의원과 강래구 등이 짠 듯이 언론에 반대로 거짓 인터뷰를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2021년 3월 5일 자 통화 녹취록을 제시했는데, 여기에는 강씨가 이씨에게 “(김)영권이형이 월요일에 오면 ‘밥값이 없다, 현찰로 좀 마련해 줘라’고 얘기 해놓으라” “만약에 밥값 없으면 카드라도 주고 가라고 그렇게 협박을 하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씨는 이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씨는 이 녹취록과 관련해 “한 가지 말씀 드리겠다”며 발언 기회를 얻었다. 이씨는 “이 (돈 봉투) 사건으로 검찰 압수수색이 이뤄진 날, 강래구‧이성만‧조택상(전 인천시 정무부시장) 세 분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정근이 밥값이 없다, 돈을 달라고 징징거렸다’고 했다”며 “한때 동지라고 생각했는데, 세 사람이 짠 듯이 저에게 인신공격성으로 덤터기를 씌웠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4월 돈 봉투 사건으로 윤관석‧이성만 의원과 조택상 전 부시장 등 9명을 압수수색한 이후, 이 의원과 조 전 부시장 등은 “이씨가 금전 요청을 했다”는 취지로 언론에 해명했다. 이씨는 이에 대해 “조 전 부시장이 내게 전화해서 ‘밥값이 필요하다면 보내주겠다’, ‘이 의원 통해 전달하겠다’고 해서 알았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씨는 이날 이성만 의원 등이 송영길 캠프에 100만~200만원 금품을 건넨 사실을 모두 송 전 대표에게 보고했다고도 말했다. 이씨는 “캠프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중요한 사항들은 후보한테 당연히 보고한다”며 “이 의원 등의 (금품 제공) 경우도 빼놓지 않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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