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분리징수로 고용불안 호소하는 KBS 비정규직
KBS 비정규직 고용불안 조사 응답자 92% "정규·비정규직 노동조건 격차 심각"
수신료 징수방식에 대해 "분리징수는 비효율적" 64%, "내고 싶은 사람만" 24%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KBS에서 일하는 비정규직·프리랜서 10명 중 8명 이상이 정부의 TV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이후 고용불안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지난 7월26일~10월13일 KBS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일하는 비정규직(계약직·임시직·파견·용역·도급·위임계약 등) 50명을 대상으로 최근의 고용불안, 수신료 사태 관련 생각, 노동조건 등에 대해 온라인 설문 형태로 'KBS 비정규직 고용불안 경험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참여한 KBS 비정규직 84%는 대통령실이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계부처에 수신료 분리징수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지난 6월 이후 고용불안을 느꼈다(없음 16%)고 답했다. 고용불안을 느끼게 하는 구체적인 업무 소통이나 지시를 겪었다는 응답자도 38%(없음 60%)로 나타났다.
고용불안 경험에 대해 한 응답자는 “사내 홈페이지에 방송지원직 고용 관련해 더 이상 인력 배정에 추가 예산 지원이 어렵다는 공지가 있었다”고 했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고 있는 프로그램은 구체적으로 언제까지만 진행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거나 “내부제작비 여건이 안 되어 새로운 외주제작팀을 새로 뽑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사례가 다수 전해졌다. “수신료 관련 사태가 아니더라도 2년 계약 이후엔 무조건 계약 해지”가 되어왔기에 “6월 이후부터는 최대가 2년일지 아니면 2년도 채우지 못하게 될지가 되어 버려서 더 두렵다”고 밝힌 응답자도 있었다.
KBS 내부의 '정규직-비정규직 간 노동조건 격차가 심각한 편'이라는 덴 응답자 92%가 공감한다(공감하지 않음 6%)고 답했다. 이는 수신료 분리징수 논란의 해결 방향으로 'KBS가 사회적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내부의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 응답자 90%가 공감한다(공감하지 않음 4%)고 밝힌 것과 이어진다.
수신료 분리징수 논란에 대한 노동시민사회 대응 방향 우선순위(1+2순위 응답 합산)는 '정규직 고통분담 등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 완화'(63%), '공영방송이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한 활동'(57%), '비정규직의 목소리가 충분히 대변되는 논의기구 구성 또는 노동조합 조직화'(51%), '법률적으로 수신료 분리징수를 막기 위한 싸움'(24%), '기타'(6%) 순으로 나타났다.
KBS 비정규직 82% '외부 자본 의존 않는 공영방송 있어야'
수신료 제도에 대해선 현행 유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응답자 82%가 '외부 자본 등에 의존하지 않는 공영방송이 있어야 한다'(공감하지 않음 4%), 80%가 '수신료가 잘 징수되는 것은 공영방송이 유지되는 것에 중요하다'(공감하지 않음 6%)고 했다. '수신료 분리징수는 징수하기 위한 행정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여 비효율적'이라는 응답도 전체 64%(공감하지 않음 10%)로 과반이다. 'KBS가 제작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수신료의 가치를 어느 정도 구현하고 있다'는 데 공감한 응답자는 54%(공감하지 않음 16%)다. 'KBS가 광고 수입 등 상업적 수익구조로 수신료 없이도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명제엔 52%가 공감, 36%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수신료 징수 방식의 경우 58%가 '분리징수는 철회되어야 한다'(공감하지 않음 14%)고 답했다. 반면 납부 방식이나 의무 변화에 대한 공감은 '수신료 납부도 개인 의사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하면 된다' 40%(공감하지 않음 24%), '내고 싶은 사람만 낼 수 있게 하면 된다' 24%(공감하지 않음 42%) 등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사회적 약자 위한 프로그램 실종 우려…비정규직 위한 연대 필요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는 “수신료 분리징수가 시행된다면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은 시청률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사라질 것이다. 우스개소리로 분리징수가 되면 '6시 내고향'이 '새벽 1시 내고향이' 된다는 기사도 있겠느냐. 진정 분리를 해야 되는 것은 정치 이념과 KBS”라고 우려했다. “수신료 분리 때문에 근로조건이 열악해진다. 정권이 언론에 너무 자주 개입한다. 총만 안 들었지 옛날같이 행동하려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나아가 “KBS 정규직은 비정규직 생존 문제에 관심 없는 듯이 보이고 말로만 공영방송 사수라고 하는 것 같다”며 “당장 지역총국은 제작비 축소로 작가들을 비롯한 리포터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잃어가고 있고, 잃을 예정이지만 사측과 담당자들은 회사 사정만 이야기 하고 그 사이에서 비정규직은 하소연할 곳도 없다. 비정규직을 위한 연대와 사회적 목소리, 공감대 마련이 필요하다”고 연대를 강조한 목소리도 나왔다. “KBS 뿐만 아니라 모든 방송사가 젊은 청춘들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해 노동 착취하는 정도가 심하다”는 구조적 비판도 제기됐다.
한빛센터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방송의 공공성 훼손과 방송장악 시도에 맞서기 위해서는 방송사 내부의 격차와 불평등을 해소해야 하고 그러한 문제인식을 비정규직을 포함한 모든 방송 종사자에게로 확산시켜야만 함을 보여준다”며 “방송사의 불합리한 고용구조를 개선하고 프리랜서로 불리는 비정규직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 응답자들은 계약형태별로 프리랜서·도급·위임 계약 57%, 계약직 20%, 파견·용역 12%, 바우처·임시직 10% 등이다. 직무별로는 작가 46%, 기술(촬영 등) 12%, 연출(PD·FD·AD 등) 10%, 자료조사 8%, 진행 8%, CG 6%, 행정 6%, 미술 4% 등 분포를 보였다. 장르별로는 시사보도 30%, 생활정보·문화예술 30%, 다큐멘터리 26%, 드라마·예능·토론 등 14%로 집계됐다. 전체 응답자의 80%가 여성, 20%가 남성이다. 응답자들의 월 평균 임금은 277만 원, 절반가량인 48%가 250만 원 이하를 받는다고 답했다. 주당 근무시간은 평균 46시간인 가운데 40~52시간 미만이 36%로 가장 많고 52시간이 넘는 경우도 34%(60시간 이상 20%)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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