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부족한 저산소 환경이 암 유발하는 ‘암적 존재’ 키운다

혈관에서 거리가 멀어지는 저산소 환경일수록 염증성 암연관섬유아세포(iCAF)가 더 많아지는 점을 표현한 모식도. 아주대병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암의 진행과 전이를 촉진하는 ‘염증성 암연관섬유아세포(iCAF)’가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최초로 규명했다. 이 연구가 특정 세포를 표적으로 한 치료제 개발에 단초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3일 아주대병원 병리과 이다근 교수팀과 서울아산병원 병리과 성창옥 교수팀은 체내의 염증성 암연관섬유아세포가 기존의 개념과는 달리 실제로는 종양 조직 내 저산소증의 영향으로 형성된다는 점을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 논문은 국제 학술지 ‘임상·중개의학’에 게재됐다.

암연관섬유아세포(CAF)는 이른바 ‘암적인 존재’다. 췌장암을 비롯해 암 세포가 자라며 덩어리를 이루는 대부분의 고형암에서 관찰된다. 다양한 과정을 거쳐 암이 자라고 퍼지도록 촉진할 뿐 아니라 치료약물의 전달을 방해하고 저항성을 유발해 암 치료를 어렵게 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염증성 암연관섬유아세포는 여러 유형이 있는 암연관섬유아세포 중 하나로, 체내에 염증이 있을 때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신호 물질인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게 해 암을 유발한다. 하지만 이들 세포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는 그동안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치료전략을 세우는데 어려움이 컸다.

연구진은 여러 암종의 단일세포 시퀀싱(sequencing) 데이터를 분석하고 췌장암에서 유래한 암연관섬유아세포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암연관섬유아세포에 저산소증이 나타나도록 유도하는 것만으로도 인체 종양에서 관찰되는 염증성 암연관섬유아세포의 특징이 매우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 췌장암 조직을 분석해 혈관에서 멀어져 산소 부족이 나타나는 저산소 영역으로 갈수록 이 염증성 암연관섬유아세포가 점차 많아지는 점을 통해 이번 연구결과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다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염증성 암연관섬유아세포가 암세포에서 기원한 IL-1에 의해서 형성된다는 기존의 개념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성과로, 암연관섬유아세포 간의 형질 변환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을 정립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성창옥 교수는 “염증성 암연관섬유아세포는 다양한 사이토카인 등을 분비해 암의 성장과 치료저항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연구 성과를 통해 앞으로 이 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의 개발이 더 구체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