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인수한 KCGI운용의 첫 행동주의 공모 펀드, 뭘 샀나 봤더니
모집 규모 4억여원… 수익률 -2.4% 등 초반 부진 극복 과제
KCGI자산운용(옛 메리츠자산운용)이 사명 변경 후 처음 출시한 행동주의 펀드가 DI동일, 고려아연 등의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주 지분율이 낮거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진·이사회 면담을 비롯한 주주 활동에 나설 전망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자산운용의 ‘KCGI ESG동반성장증권자투자신탁(ESG동반성장펀드)’은 설정 한 달 만에 보유한 상위 종목 9곳을 공개했다. 투자 비중으로 보면 DI동일이 6.06%로 가장 컸고, 이어 ▲고려아연 5.43% ▲비츠로셀 5.32% ▲KT&G 4.53% ▲OCI홀딩스 3.36%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3.13% ▲GS 3.1% ▲한국알콜 3% ▲덕산네오룩스 2.85% 등이었다.
섬유 사업 등을 하는 DI동일은 이미 소액주주들이 행동주의에 나섰다. 지난 6월 말 기준 최대 주주인 정헌재단과 특수관계인의 DI동일 지분은 19.21%이고, 자사주는 25.64%에 달한다. 소액주주들은 DI동일에 자사주를 소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보통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식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DI동일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도 주목받아 왔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DI동일의 토지 자산은 장부가액 기준 3755억원이다. 2013년 평가 기준으로 10년이 지난 현재 가치는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DI동일은 지난달 8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공장과 토지를 장부가(68억원)의 2배 수준인 146억원에 매각했다.
심의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천 동구 만석동 부지와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 유휴부지도 앞으로 개발 등에 따라 매각 가능성이 크다”며 “DI동일은 부동산 가치가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고려아연은 장씨와 최씨 창업주 일가가 경쟁적으로 지분을 늘리고 있다.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영풍그룹 내 고려아연 계열사들을 최씨 일가가, 다른 전자계열사 등을 장씨 일가가 이끌어 왔다. 최씨 일가가 자사주 교환과 유상증자를 통해 현대차, 한화, LG화학, 트라피구라, 모건스탠리, 한국투자증권 등을 우군으로 확보한 이후 양쪽 집안이 고려아연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현재 최씨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율이 32.5%로 장씨 일가(31.6%)를 소폭 앞서는 것으로 집계된다.
2024년 3월 열릴 예정인 정기 주주총회가 분수령이다. 사내이사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임기와 기타 비상무이사인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의 임기가 2024년 3월 23일로 만료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KCGI자산운용은 ESG동반성장펀드가 투자한 종목 모두가 주주 행동주의 대상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펀드는 운용 전략으로 행동주의와 함께 가치 대비 저평가 기업에 투자해 하방 안전장치를 확보하겠다고 제시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 1세대인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는 지난 7월 메리츠운용을 인수했고, 이듬달 KCGI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바꿨다. KCGI자산운용은 지난달 사명 변경 후 첫 펀드 상품으로 ESG동반성장펀드를 선보였다.
ESG동반성장펀드의 초반 흥행 실적은 부진했다. 한 달 동안 모집 규모가 4억여원에 그쳤다. 설정 이후 수익률도 전 거래일 기준 -2.44%다. KCGI자산운용은 앞으로 펀드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수익률 등이 궤도에 오르면 모집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앞서 김병철 KCGI자산운용 대표이사 부회장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관철해 주주환원율을 높이고 고객의 투자수익을 높이겠다”며 “ESG동반성장펀드는 주식을 사놓고 기다리는 전략이 아닌, 적극적으로 주식 가치를 만들어 감으로써 장기투자에 더 적합한 펀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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