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북 '밀착' 행보에 다시 주목 받는 '중국 역할론'

이창규 기자 2023. 10. 2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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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외교장관 방북 전후로 무기거래 정황 잇따라 포착
러시아發 '북중러 결속'에 중국은 아직 신중한 모양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2023.10.20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러시아와 북한 간의 무기거래 등 군사협력 정황이 계속됨에 따라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론'이 재차 대두되는 모양새다.

러시아는 북한에 이어 중국까지 끌어들여 이른바 '북중러 3자 간 결속'을 강화하려는 듯한 기류를 보이고 있으나, 중국 측은 이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북한을 방문한 이달 18~19일을 전후로 북한 나진항에선 대형 화물선이 수백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출항한 정황이 상업용 인공위성 사진에 포착됐다.

나진항은 앞서 미국 정부가 '올 9~10월 사이 탄약·무기 등을 적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컨테이너 1000여개가 북한에서 러시아로 운송됐다'며 그 출발지점으로 지목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간 국제사회에선 러시아 측이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전쟁 장기화에 따라 부족해진 재래식 무기·탄약 등을 공급받기 위해 북한과도 접촉해왔단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우리나라와 미국 정보당국 또한 관련 정황을 포착하고 추적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올 7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북한 '전승절' 계기 방북과 9월 러시아에서 열린 러북정상회담에 즈음해 러시아 화물선이 북한을 오가거나 러북 접경지에 다수의 화물열차가 집결해 있는 모습 등이 위성사진을 통해 잇따라 포착되면서 무기거래를 포함한 러북 간 군사협력은 이미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라브로프 장관은 19일 평양에서 열린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의 회담 뒤 한미일 전력이 참여하는 군사훈련과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을 겨냥,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비건설적이고 위험한 노선에 반대한다"며 북한·중국과 함께 그에 대응하겠단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라브로프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 측의 호응 여부가 불투명함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러시아발(發) '북중러 연대·결속' 논의가 여전히 유효함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미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가 참가한 공중훈련. (미 공군 제공) 2023.10.22/뉴스1

중국 당국은 지난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과 그에 따른 러북정상회담 개최 때부터 러북 "양자 간의 일"(마오닝(毛寧) 외교부 대변인)이라 이른바 북중러 간 연대 가능성에 대해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 때문인지 중국 외교부가 이달 18일 공개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회담 결과 자료에서도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는 일절 언급되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최근 '경쟁' 상대인 미국과의 고위급 접촉을 지속하는가 하면, 우리 정부가 연내 개최를 추진 중인 한일중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행보는 러시아와 북한이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척을 지고 '고립'을 자초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러북 간 군사협력에 중국이 적극 관여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한중관계 등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도발 위협에 대응한 한미일 간의 군사·안보협력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단 것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한미일 협력은 그 명분이 확실하다"며 "한미일 협력이 남중국해나 대만 관련 문제를 겨냥한 게 아니란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또한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중국이 전보다 완화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도 관리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미일 3국 전력은 22일 우리나라와 일본의 방공식별구역(ADIZ)이 중첩되는 공역 상공에서 3국 전투기와 미군 폭격기가 참가한 공중훈련을 사상 처음으로 함께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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