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흥수 대목장 별세, 전통 건축 보존·전승의 외길 걸어
궁궐과 사찰 등 전통 건축의 보존·전승에 평생을 바친 전흥수 국가무형문화재 대목장이 지난 22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대목장은 전통 건축물의 부재 준비부터 기술적 설계, 공사 감리 등 건축 전 과정을 책임지는 목수로, 궁궐·사찰 등의 건축 책임자인 도편수로 불리기도 한다. 대목장은 가구·문짝 등 소규모 목공 장인인 소목장과 구분하면서 나온 명칭으로 현대의 건축가라 할 수 있다.
1938년 충남 예산 출신인 고인은 부친 전병석씨와 충청 지방의 유명한 대목장이던 김중희 선생 아래에서 목수 일을 배우며 고건축 기술을 체계적으로 익혔다. 1961년부터 주요 문화유산 공사 현장에서 일한 고인은 창덕궁·흥인지문(동대문)·남한산성 등의 수리·보수에 참여했고, 마곡사와 월정사·화엄사 등 주요 사찰 공사도 맡았다. 특히 수원 화성의 남쪽 문인 ‘수원 팔달문’(보물) 해체·보수 작업 등에서는 도편수로 일하기도 했다.
전통 목조건축의 장인으로 한길을 걸어온 고인은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1998년 10월에는 고향 예산에 다양한 건축물들의 축소 모형, 목수들이 쓰던 갖가지 연장과 자재 등을 한자리에 모은 전통 건축문화 공간인 한국고건축박물관을 설립했다. 2000년 대목장 보유자로 인정받은 뒤에도 전통 건축 전승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이런 공로로 문화체육부 장관 공로패(1998), 좋은 한국인 대상(1999), 행정자치부 장관상(2002), 대한민국 문화유산상 보존관리 부문(2004), 보관문화훈장(2016)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희준씨, 아들 욱진씨, 딸 민승·진기·진선씨가 있다. 빈소는 경기 분당제생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4일 오전, 장지는 용인 평온의숲이다. (031)708-4444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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