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김치’ 이어 ‘소변 맥주’까지…‘중국발 식품’ 포비아 확산되는 이유는
“국민 건강 직결되는 사안…중국산 먹거리 수입에 철저한 조사 필요”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최근 '중국 4대 맥주'로 꼽히는 칭다오 맥주의 중국 생산 공장에서 작업복을 입은 남성이 방뇨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칭다오 맥주에 위생 문제가 제기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중국발 식품'에 대한 불신이 다시 커지고 있다. 과거 '알몸 김치', '포크레인 김치' 등으로 불리며 논란이 된 중국산 김치 등 다른 중국발 식품들의 위생 문제도 다시 떠오르는 상황이다.
"수출용은 별도 공장서 제조"…소비자 반응 싸늘
홍성신문 등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 산둥성 핑두시의 칭다오 3공장에서 작업자로 추정되는 남성이 맥아 보관 장소에 소변을 보는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21일 공개됐다. 칭다오 3공장은 연간 생산 능력이 120만㎘에 이르는 데다, 칭다오가 가장 공들여 현대화를 진행해 온 공장으로 알려져 있다. 대규모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하자 논란은 더 크게 확산됐다. 핑두시 시장감독관리국은 해당 공장의 원료를 봉인하고 조사에 나섰고, 중국 공안도 조사에 착수했다.
칭다오 맥주는 한국에서도 인기다. 한국 수입 맥주 시장에서 소매점 매출을 기준으로 점유율 1~2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커지자 칭다오 맥주 국내 수입사는 입장문을 내고 "본사에 확인한 결과, 칭다오 맥주는 내수용과 수출용을 분리해 별도의 공장에서 제조하고 있다"며 "3공장은 내수용 맥주만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영상 속 공장에서 생산하는 맥주는 국내 수입된 맥주와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역시 해당 공장 소재지를 주칭다오 총영사관에 파견된 식약관을 통해 확인했으며, 해당 공장에서 생산된 맥주는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 들어오는 맥주를 만드는 공장의 경우 수입 신고를 하기 전에 식약처에 '해외제조업소'로 등록해야 하는데, 칭다오 3공장은 등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내에 들어오는 맥주는 스베이구에 있는 칭다오맥주주식유한공사와 리창구 2공장, 리오산구 5공장에서 생산한다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내수용 제품을 생산하는 대규모 공장의 위생 상태로 미루어볼 때, 수출용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위생 역시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위생'이라는 키워드가 소비자들의 불매 움직임을 이끌고 있다. 과거 '알몸 김치', '포크레인 김치' 등으로 불렸던 중국 김치 등 중국발 식품의 위생 문제가 다시 대두된 것도 이 때문이다.
'알몸 김치' 논란 이후 김치 수입액 줄어
2021년에는 중국산 김치가 논란이 됐다. 알몸의 남성이 절인 배추 더미에 들어가거나, 포크레인으로 배추를 옮기는 등 중국산 김치를 만드는 비위생적인 과정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면서다. 영상의 원본은 중국 웨이보에서 처음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고 오염된 소금물에 절여진 배추, 절인 배추를 옮기는 녹슨 포크레인의 모습이 영상을 통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자, 한국의 관세청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는 "수출용 김치는 이 같은 방식으로 담그지 않는다"고 중국 주재 한국 대사관에 답변한 바 있다.
이번 사안이 중국 맥주를 넘어 중국발 식품 수요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알몸 김치' 논란 이후인 2021년 4월에는 김치 수입액이 31.5% 줄어들었다. 수입 김치의 99%는 중국산으로 파악되는데, 해당 영상으로 인해 중국산 김치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커지면서 전체 수입액이 감소한 것으로 추측됐다. 3월 수입액은 2월 대비 22.7% 증가했지만, 영상이 본격적으로 확산된 이후인 4월 김치 수입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식약처가 그해 3월12일~5월7일 수입 김치의 통관과 유통 단계 검사를 강화한 결과, 중국산 김치와 절인 배추 제품에서 식중독균인 여시니아와 허용되지 않은 보존료가 검출되는 등 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외에도 중국에서 금지된 약물을 먹여 키운 양고기, 표백제에 담근 마 등이 유통되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바 있다. 지난 9월에는 국내에서 유통 중인 중국산 목이버섯에서 잔류 농약이 기준치보다 초과 검출돼 식약처가 회수조치에 나서는 등 중국 식품에 대한 문제는 연이어 제기됐다.
해외 직구 시장 통계에서도 중국발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은 드러난다. 관세청이 올해 초 발표한 2022년 해외직구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건강식품과 기타 식품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것과 달리, 중국에서 가전제품, 의류, 신발류 등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난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중국의 먹거리 위생 관리는 이번 일뿐만이 아니다. 김치에 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언급하면서 "중국산 먹거리에 대한 수입에 있어 우리 정부의 더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안전한 먹거리는 국민의 건강에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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