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대사관 앞 모인 팔레스타인 깃발 "집단학살 멈추라"

김예리 기자 2023. 10. 2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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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언론 서사, 하마스 로켓은 시작점 아냐…서방외신 검증해야 할 때"
"팔레스타인인 모든 활동이 테러리스트, 극단주의자, 반유대주의로 불려"
이스라엘 규탄 긴급행동, 한국 정부에 "이스라엘 무기 거래 중단" 요구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팔레스타인인을 비롯한 이주민과 한국 시민사회 지지자 500여명이 22일 오후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앞에 모였다. 157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명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규탄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은 이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내 집단학살 규탄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을 향해 가자지구 폭격 중단과 봉쇄 해제, 지상군 투입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한국 정부에도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공격 중단을 요구하라고 밝혔다. 한국 언론이 미국과 이스라엘 입장을 편향 보도하는 서방 외신에 기대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팔레스타인인을 비롯한 이주민과 한국 시민사회 지지자 500여명이 22일 오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규탄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이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주최한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규탄 집회'에 참가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22일 오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규탄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이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주최한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규탄 집회'에 참가자들이 팔레스타인인들을 애도하며 묵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주최 측은 이스라엘 가자지구 전쟁을 단순히 '분쟁' 또는 '갈등'이라고 부르지 않겠다고 밝히며 집회를 시작했다. 류민희 플랫폼C 활동가는 “일제의 조선에 대한 강점을 가리켜 우리는 '일본과 한국의 갈등'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며 “마찬가지로 현 상황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등한 분쟁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팔레스타인인이자 국제전략센터 회원인 마리암 이브라힘씨는 “가족과 친척 대부분이 이스라엘 점령 아래 서안에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오늘 팔레스타인에서 우리가 목격하는 일이 10월7일 아침부터 시작됐다고 믿는 이들이 너무 많다. 주류 미디어 서사는 하마스가 시작한 공격에 대해 편리하게도 '이유 없는, 예기치 못한(unprovoked)' 것이라 부른다”고 했다.

▲팔레스타인이자 국제전략센터 회원인 마리암 이브라힘 씨가 22일 오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규탄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이 주최한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규탄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스튜디오R 제공
▲22일 오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규탄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이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주최한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규탄 집회' 참가자가 구호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브라힘씨는 “그러나 이번 사태를 도발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1948년 이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대했던 길고 폭력적인 역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했다. “37살인 나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30년 이상 싸워왔다. 시위를 주도하고, 강연과 컨퍼런스 조직에 참여하고, 다큐멘터리 상영회와 문화 행사를 열었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하든 테러리스트, 반유대주의자, 극단주의자라고 불린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은 늘 새로운 전술을 찾으라, '평화' 목소리를 내라는 말을 듣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땅이 도둑 맞고, 자녀가 살해 당하고, 형제가 체포되고, 집이 철거되는 것을 가만히 앉아 보고만 있겠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인을 비롯한 이주민과 한국 시민사회 지지자 500여명이 22일 오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규탄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이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주최한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규탄 집회'에 참가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22일 오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규탄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이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주최한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규탄 집회' 참가자가 구호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가자지구 출신 팔레스타인 난민 살레 란티쉬씨는 “이스라엘 점령군은 가자지구에서 16년이 넘는 숨 막힐 듯한 봉쇄를 가한 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병원을 폭격하고, 팔레스타인들을 강제 이주시키고, 수천 명의 민간인 어린이와 여성을 살해하는 등 팔레스타인들에 대한 대량학살을 자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스라엘 군대는 무기로 가자지구를 멸절시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자유를 위한 희생 정신과 투쟁은 결코 죽일 수 없다”고 했다.

시리아 난민지원활동 단체인 헬프시리아의 압둘 와합 사무국장은 “명확하게, 팔레스타인이 겪는 고통의 근본 원인은 바로 이스라엘에 있다”고 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시리아도 계속 폭격하고 있다. 며칠 전 알레포와 다마스쿠스 공항을 폭격해 업무를 중단시켰다”며 “이스라엘 혼자서는 이 일을 할 수 없다. 미국과 일부 유럽 국가의 무한하고 지속적인 국제 지원이 있으므로 그들이 이 모든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인을 비롯한 이주민과 한국 시민사회 지지자 500여명이 22일 오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규탄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이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주최한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규탄 집회'에 참가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팔레스타인인을 비롯한 이주민과 한국 시민사회 지지자 500여명이 22일 오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규탄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이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주최한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규탄 집회'에 참가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한국 언론이 영미 외신을 단순 인용하는 보도를 멈추고 검증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번 전쟁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 수천 발을 쏜 것을 시작점이라고 이야기들 한다”며 “이스라엘의 책임론을 제기하면 '하마스 편'으로 몰아가는 논리는 결국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된다”고 했다.

권 활동가는 “하마스 군대가 이스라엘 아기를 참수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뉴스는 외신에 대한 의존이 왜 문제인지 보여줬다”며 “한국 언론은 CNN, BBC 등에서 왜 그런 보도들이 나오는지 이야기해야 한다. 서방 국가들이 어떻게 팔레스타인의 역사와 경제적 이해관계로 얽혀 있고 한국은 어떻게 움직여왔는지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이 '맥락'을 제거하고 '당장 벌어진 폭력'에만 주목하는 순간 잘못된 편들기와 이슬람 혐오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2일 오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규탄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이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주최한 '팔레스타인 집단학살 규탄 집회' 참가자가 구호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22일 오후

참가자들은 한국 정부엔 이스라엘과 무기 거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황수영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이번 주 개최 중인 한국 최대 무기 전시회 '아덱스'에서는 12곳의 이스라엘 무기 회사가 참여하는 이스라엘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스라엘 무기들이 사용되고 검증되는 현장이 바로 점령된 팔레스타인”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즉시 국제인도법과 국제인권법을 위반한 이스라엘에 대해 무기 수출과 수입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무기 금수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 규모는 3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의 이스라엘 무기 수입도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여론 전략에 대한 비판 발언도 나왔다. 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의 사루 활동가는 “핑크워싱은 이스라엘의 미디어 여론 전략의 핵심 고리다. 국가 차원의 이미지 쇄신 전략인 '브랜드 이스라엘'의 일환으로 성소수자 친화적 국가를 표방해 왔다”며 “그러나 이스라엘 정권의 포격으로 죽은 가자지구에도, 불법 정착민들에 터전을 빼앗긴 서안 지구에도 성소수자가 분명 있다. 팔레스타인에서 살아가고, 또 죽어가고 있는 성소수자들 역시 나의 동지들”이라고 했다.

▲22일 시위 참가자들은 행진 도중 종로타운 사거리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주민 집단 학살을 규탄하는 '다이인' 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진=팔레스타인평화연대 제공

참가자들은 1시간여 이어진 집회를 마치고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 있는 청계광장, 종각역과 프레스센터 등을 거쳐 행진했다. 이스라엘 대사관으로부터 100m 안에선 집회가 금지돼, 이들은 인근 종로타운 사거리에서 바닥에 쓰러져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다이 인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시위대 대표 3인이 이스라엘 대사관을 찾아 직접 항의 성명을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이 입구를 막아섰다. 이들은 10분여간 실랑이 끝에 건물 관리인에게 성명이 담긴 봉투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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