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표준’ 모두예술극장 24일 개관
비장애인에게도 열린 극장 “문화 총량 높아지길”
국내 첫 장애예술 표준 공연장을 표방하는 ‘모두예술극장’이 서울 충정로에 문을 연다.
시범 운영을 거쳐 24일 정식 개관하는 모두예술극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 설립하고 운영하는 250석 규모의 공연장이다. 기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던 580석 규모의 공연장이 있었던 구세군빌딩 아트홀을 2년에 걸쳐 개조했다.
극장은 무엇보다 이동 편의성이 강조돼 있다. 공연장과 배우들의 연습실 등 주요 시설이 있는 각 층의 바닥은 높낮이 차이를 없애 평평하다. 휠체어 이동이 편하도록 높이 차이가 있는 공간은 계단이 아닌 가파르지 않은 슬로프를 설치했다. 건물 벽 곳곳에는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도울 핸드레일을 설치했다. 공연장 전체에 설치된 핸드레일 길이만 300m에 달한다. 비상구, 화장실, 공간 안내 표지판 등 안내가 필요한 대부분의 알림에 점자가 함께 표기돼 있다. 장애인 화장실은 각 층마다 설치됐다.
공연장은 무대와 객석 크기와 위치, 구조 등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블랙박스형이다. 좌석은 1층 209석, 2층 최대 50석으로 휠체어석 좌석 수는 상황에 맞춰 가변적으로 조정한다. 기존의 공연장이 주로 무대 뒤쪽에 두는 휠체어석을 1층 가장 앞줄에 배치했다. 2층은 고정된 의자가 아예 없는 평평한 바닥으로 설계했다. 배우의 대사는 무대 앞과 좌우 3면 스크린에 자막을 띄워 청각장애인들도 불편함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충정로역 바로 앞에 위치해 있지만, 극장을 찾아오기 어려운 관객을 위해 ‘접근성 매니저’도 상시 대기 중이다. 주변 환경 변화에 민감한 장애인들이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인 ‘릴렉스 퍼포먼스’ 환경도 조성한다. 먼 곳에서 오는 장애인들을 위해 극장 위치도 일부러 서울역과 가까운 충정로 쪽으로 잡았다고 한다.
김영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극장의 의미는 ‘모두’라는 이름 안에 다 들어 있다”며 “ ‘ㅁ’은 그동안 장애예술인들이 사각지대에서 힘들게 예술활동을 해왔다는, ‘ㄷ’은 이제는 이들이 열린 공간에서 활동하게 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공간이 모든 극장의 ‘표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모두예술극장은 장애예술인의 작품이나 장애를 다루는 작품을 주로 무대에 올릴 예정이나 비장애인에게도 열려 있는 공간이다. 오세형 공연장추진단TF 단장은 “장애인과 함께 작업하면서 태도나 관점이 많이 변하는 걸 느낀다”며 “공연장을 통해 비장애인들도 장애 예술을 접한다면, 사회 전체의 문화적인 총량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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