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재명 법카’가 별 문제 아니라는 민주당[김지현의 정치언락]
김의겸 : 제가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습니다마는 일단 개인적인 사용의 사실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봐야 될 테고. 그리고 설사 일부 그런 내용이 나온다 할지라도 어느 정도의 경중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랬을 경우에 저는 크게 문제는 되지 않는다. 그런 걸 가지고 또 영장을 친다? 말하자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영장을 지금까지 몇백억 (혐의)로 치지 않았습니까? 428억이니 800억이니 이랬는데. 글쎄요. 그런 정도의 사안을 가지고 영장을 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10월 18일 BBS라디오)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이재명 대표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최대 100건까지 사적 사용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습니다. 요약하면 “법카를 사적으로 썼더라도 액수가 적은 경우라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라는 겁니다.
김 씨의 ‘법카 유용 의혹’은 지난해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설 연휴 직전 터졌죠. 명절 내내 “법카로 한우와 초밥을 사 먹었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대선 레이스 막판을 완전히 뒤흔드는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대장동 특혜 의혹과 변호사비 대납사건 등 각종 굵직굵직한 리스크 속에서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10%포인트 안팎 격차로 여유 있게 앞서던 이 대표는 설 연휴 직후 이뤄진 조사에서 지지율 역전을 당했습니다. 일반 유권자들에겐 한없이 복잡하고 솔직히 내 삶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대장동 특혜’나 ‘변호사비 대납’보다도 ‘법카 유용’과 ‘갑질’이 더 피부에 와닿는, 파괴력 있는 이슈였던 겁니다.
조 씨는 오늘(23일) 수원지검에 출석하면서 “저 또한 위에서의 지시에 의해서 (법인카드 유용을) 행했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제 위법행위에 대해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다하겠다”고도 했습니다.
보좌진 A “우리는 당연히 대장동 사건이 아킬레스건이라고 생각했잖아. 법카 일로 이렇게 난리가 날 줄은 몰랐어.”
보좌진 B “보좌진들은 보통 자기 의원 집 제사 날짜 달력에 적어놓고 챙기거든. 나도 주변 사람들이 대장동보다도 갑질 폭로에 더 분노하는 거 보면서 놀랐어. ‘아, 나도 모르는 사이 가스라이팅 돼 있던 거구나’ 싶더라.”
당시 조 씨가 이 대표 가족의 제사 음식을 구매해 이 대표 자택으로 전달했다는 보도도 나왔었죠. 이런 게 이 바닥에선 너무 당연한 일이라 자신들이 ‘갑질’을 당하고 있는 건지도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이처럼 다행히 뒤늦게라도 ‘각성’한 조 씨와 보좌진 A, B와 달리 여전히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의 법카 논란이 대수냐는 분위기입니다. 이들은 검찰이 대장동 등 주요 사건을 그토록 수사했는데도 결국 이 대표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법카 사안을 축소하기에 바쁜 모습입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19일 MBC라디오에서 법카 유용 의혹을 “전형적인 망신 주기, 언론플레이”라고 평가 절하했죠. 김동연 지사가 ‘자체 조사 결과 법카 유용 사례가 최대 100건에 달해 수사 의뢰가 돼 있는 상태’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그동안은 수사를 안 했겠느냐”며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소환한 것 아닌가 싶고, 별다른 내용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도 같은 날 KBS라디오에서 법카 논란과 관련해 “당 차원의 조사는 없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차단했습니다. 비명(비이재명)계에서 “당이 진위를 파악해 국민에게 사실대로 보고해야 한다”(이상민 의원)고 요구하는 것을 일축한 겁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행안위 국감 후 ‘경기도가 자체 감사 결과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재임 시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이 의심된다는 결론을 냈다’고 보도자료를 낸 것에 대해서도 하루에만 두 차례 논평을 내고 ‘발끈’했습니다. “경기도 감사 결과는 김혜경 씨가 아닌 배모 사무관의 업무추진비 부당집행이 의심된다는 것이었다”는 거죠.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법인카드 사적 사용으로 인한 감사와 경찰 고발은 모두 김동연 지사 취임 전의 일”이라며 “국회의원이 가짜뉴스를 살포하고 있으니 가당키나 하냐”고 따졌습니다. 박성준 대변인도 “정 의원이 김동연 지사의 발언을 왜곡해서 정치적으로 악용했다”며 “‘카더라 통신’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지 말라”고 비판했습니다.
김혜경 씨는 1년 반 전 결국 설 연휴 직후인 2월 9일 떠밀리듯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인 바 있습니다. 그는 당시 법인카드 유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끝까지 답을 피하면서, “선거 후에라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 드리고 끝까지 책임을 질 것”이라고 했었네요. 바로 지금이 제대로 설명하고 끝까지 책임을 질 때입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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