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삼성 반도체 백혈병 기금으로 240억 짜리 청사 구입 논란

최지영 기자 2023. 10. 2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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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23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
산업안전보건공단, ‘반도체 공장 백혈병 사태’ 삼성전자 기탁금 500억 중 약 250억 투입해 청사 건물 구매
지난 2020년에도 기탁금 중 390억 원 들여 청사 매입하려다 논란돼 무산 전례
국토교통부 산하 수도권정비심의위 심의도 받지 않아
임 의원 “기탁금 소기의 목적으로 사용되도록 제반 절차를 철저히 지켜야”
삼성 백혈병 분쟁 지난 2018년 11월 김기남 당시 삼성전자 대표이사(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에서 반도체 백혈병 문제에 대해 공식 사과한 모습. 연합뉴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 백혈병 사태’로 기탁한 500억 원 중 약 250억 원 가량을 청사로 쓸 건물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측은 이 과정에서 현행법을 위반해 감사원으로부터 지적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안전보건공단에서 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안전보건공단은 지난해 6월 경기 수원시 권선구에 있는 신축 건물인 ‘중앙골드라인타워’ 건물을 총 264억9000여만 원에 매입했다. 건물매입가에는 건물가 240억 원, 부가세와 취득세 20억8000여만 원, 부동산 중개보수 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건물은 수원역에서 도보 10분 거리 건물로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다. 공단은 구입한 건물에는 실험분석실, 전자 유체 시뮬레이션실 등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건물을 사고 남은 잔액 중 112억 원은 센터 인프라 구축, 109억 원은 전자산업 안전보건사업, 15억 원은 시설 운영 등에 쓸 예정이다.

기금 500억 원은 삼성전자가 백혈병 사태를 계기로 공단에 기탁한 것이다. 지난 2007년 삼성전자 기흥공장 근로자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졌고, 반도체·LCD 제조 공정에서 피해자가 추가 발생했다. 삼성전자와 피해자 모임 단체인 ‘반올림’은 조정위원회의 중재로 2018년 11월 11년 만에 피해 협상을 타결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산재 예방 등을 위해 개별 피해 보상과 별개로 500억 원의 기금을 내놨다.

공단은 이후 2020년에도 이 기금으로 청사를 매입하려다 논란을 받기도 했다. 당시에는 500억 원 중 390억 원을 들여 건물을 사려했다. ‘기금 80%를 공단 자산과 몸집을 불리는 데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었는데, 지난해 결국 청사용 건물을 구입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공단이 법을 어겼다는 사실이 확인돼 운영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수도권정비 계획법에서는 서울, 수도권에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청사를 새로 지으려면 국토교통부 산하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를 받게 돼 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에 따라 2014년 울산으로 내려간 안전보건공단 역시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 공단은 수도권정비법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았고, 위원회 심의 역시 아예 받지도 않았다. 공단은 2020년 건물을 운영하기 위해 미래전문기술원이라는 조직도 새로 만들고 인력 24명도 배치한 상태인데, 감사원은 “미승인 조직·인력”이라고 판단했다.

공단은 어쩔 수 없이 미래전문기술원 인원을 울산에 잔류시키고 조직을 다른 부서와 통폐합하기로 했다. 대신 공단 경기지역본부 안에 있는 산업안전보건센터가 대신 매입한 건물을 운영한다는 내부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감사원은 “당초 작년 12월이 목표였던 개원이 지연되고 있고, 후속 절차 등을 고려했을 때 향후 개원 일정도 불확실하다”며 “거액의 기부금이 당초 취지대로 사용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상태다.

공단이 굳이 경기도에서 청사를 매입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공단은 “전자산업 사업장 60%가 분포하고 있고, 현장 방문 사업을 하려면 접근성이 중요하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업체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공단은 당초 1순위로 서울역·종로, 영등포·구로, 강남·강동 등 서울권역을, 2순위로 광명, 평촌, 판교, 분당, 광교 등 수도권의 건물을 사려 했었다. 우선적으로 서울을 사려다 경기도에 건물을 샀다는 것이다.

임 의원은 “공단이 공공기관 이전 절차를 지키지 않고 건물을 매입해 초기의 사업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기탁금이 소기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제반 절차를 철저히 지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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