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복구 중 결함·돌연변이 막는 ‘결정적 순간’ 포착
국내 연구진이 DNA 복구 단계에서 돌연변이를 막을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을 발견했다. 유방암과 난소암 등 DNA 복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암 질환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는 이규영 유전체항상성 연구단 연구위원 연구팀이 ‘DNA 이중나선절단’의 초기 복구 단계가 정교하게 조절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DNA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다. DNA 이중나선절단은 게놈 안정성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DNA 손상 유형이다. DNA 이중나선절단이 발생하면 우리 몸의 세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상동재조합 복구 시스템을 가동한다. 이 복구 시스템이 복구 결함과 돌연변이가 적게 발생하도록 작동하지 않으면, 세포가 사멸하거나 절단된 DNA가 다른 DNA 부위에 결합하는 등 변형이나 암이 발생할 수 있다.
상동재조합 복구는 여러 단계를 거친다. 각 단계는 다양한 복구 단백질에 의해 정교하게 조절된다. DNA 이중나선절단이 발생하면 DNA 손상을 복구하는 단백질 중 하나인 MRN 단백질 복합체가 기능한다. 절단 인접 부위에 DNA 틈을 만들고 틈을 기준으로 양방향 DNA 말단절제를 실시한다. 말단절제는 절단 부위 말단에 결합해 있는 KU70/80 단백질을 제거해 향후 DNA 복구 합성의 시작점인 말단 부위를 드러나게 한다. 이후 DNA가 절제되면서 단일 가닥으로 노출된 말단 DNA는 정상의 상동 염색체 DNA에 침입해 상동 염색체의 상보적 DNA를 주형으로 해 새로운 DNA를 합성한다.
앞서 연구팀은 암 억제 단백질인 ATAD5가 상동재조합 복구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상동재조합 복구의 초기 단계인 DNA 말단절제 과정에 DNA 복제 단백질 PCNA가 관여하며 ATAD5가 이를 조절한다는 것을 밝혔다. 말단절제는 후속 복구 시스템을 결정하는 동시에 후속 단계에 필요한 DNA 구조를 생성하는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
연구팀은 세포에 레이저를 조사해 특정 DNA 부위에 이중나선 절단을 유도한 뒤 형광 표지한 ‘PCNA’란 단백질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그 결과 PCNA 단백질은 수십 초 내에 절단 위치에 나타나고 일정 시간 이후에 사라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이 MRN 단백질 복합체의 활성을 낮추자 PCNA가 감소했다. ATAD5의 양을 줄이면 PCNA가 오래 유지됐다. 연구팀은 “이는 이중나선절단이 일어난 직후 MRN 단백질 복합체가 만든 DNA 틈에 PCNA 단백질이 신속하게 결합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 ATAD5에 의해 DNA에서 분리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ATAD5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 복구 결함과 게놈 불안정성이 나타나는 메커니즘도 규명했다. 정제 단백질을 이용한 생화학적․세포생물학적 실험을 통해 분석한 결과 원활한 상동재조합 복구를 위해 말단절제가 진행 중인 DNA로부터 PCNA 분리가 필수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분리되지 않고 남아 있는 PCNA는 DNA 틈으로부터 절단 부위 방향으로 진행되는 말단절제를 방해했다. 이는 후속 단계인 말단 결합 단백질 KU70/80 제거와 DNA 복구 합성을 저해하고 전체적인 상동재조합 복구 빈도를 감소시켰다.
상동재조합 복구가 어려워지자 세포는 오류를 유발하는 복구 시스템을 대안으로 선택해 생존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 선택은 결국 돌연변이 증가와 게놈 안정성 저하를 초래했다.
이규영 연구위원은 “상동재조합 복구의 후반 단계인 DNA 복구 합성 과정에서의 PCNA의 역할은 잘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 연구에선 그간 밝혀지지 않은 복구 초기 단계에서의 PCNA의 역할과 중요성, 분자생물학적 조절 과정을 밝혔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핵산 연구’에 지난달 22일 온라인 게재됐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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