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끝 모를 미 국채 금리 인상…후폭풍 뭘까

남승모 기자 2023. 10. 2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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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19일 미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 등에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한 때 연 5%를 넘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넘은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입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미국은 물론 세계 금리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너무 높다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발언도 이번 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 국채 금리 인상…고금리 장기화 의미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오른다는 건 그만큼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거라는 전망이 높다는 뜻입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의 경우, 1년 후, 2년 후 그리고 10년 후까지 전체 금리를 시장이 종합적으로 판단해 내놓은 거라고 보면 됩니다. 예측치이지만 현재 상황에서 보는 금리 전망을 수치화한 게 10년 만기 국채 금리인 셈입니다. 그런 이 장기 금리가 뛰었다는 건 미국의 금리가 앞으로도 고금리 행진을 이어갈 거란 뜻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국채 금리가 계속 높아지는 걸까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경제 호조에 대한 기대감입니다. 최근 경제 지표를 보면 지난달 미국의 소매판매가 전망치를 웃돌고 산업생산도 좋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고용 시장 역시 탄탄했습니다. 파월 의장도 현재까지 지표로 볼 때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 수준으로 낮아지려면 일정 기간 경제 성장세와 고용 시장의 둔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과열된 경기를 식혀야 한다는 뜻입니다.

장기 국채 금리가 크게 뛴 또 따른 이유 중 하나는 크게 늘어난 국채 발행입니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각종 복지 정책 등에 쓸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 발행을 크게 늘렸습니다. 시장에 풀리는 국채가 늘었으니 가격은 떨어지고 대신 금리가 오르는 겁니다. 물건이 시장에 대량으로 풀리면 값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여기에 외생 변수도 있습니다.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입니다. 아직까지는 국지전 양상이지만 이란과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개입 의사를 내비치면서 자칫 인근 중동 지역으로 충돌이 번질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중동 지역의 분쟁은 곧 유가 급등을 의미합니다. 유가 급등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경제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경기를 냉각시킬 수 있습니다.

미 국채 금리 전망은?…후폭풍 뭘까


미 국채 금리가 계속 오를지 내릴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미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는 7% 금리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최악의 경우, 세계 경제가 경기 침체 속에 물가는 계속 오르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올해 4분기 국제유가상승에 따라 국채 매도세가 진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고유가와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등으로 미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하락한다는 겁니다. 또 웰스파고투자연구소 측은 부채 비용 상승으로 미 연방 정부가 지출을 줄일 가능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경기 침체가 곧 올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각자 판단에는 차이가 있지만 겹치는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경고입니다.

미국은 그간 기축 통화인 달러화를 바탕으로 재정 집행에 있어 세출 규모를 고민해 왔을 뿐 정작 다른 나라들이 가장 크게 걱정하는 세입에 대해서는 별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세입 규모를 뛰어넘는 세출안을 짰지만 부족한 만큼 국채를 발행하면 그만이었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건 국채 발행을 통해 싼 이자로 얼마든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 국채 금리 인상 등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이제는 미국 정부도 이자 비용에 부담을 느낄 정도가 됐습니다.

세금을 올리면 되겠지만 미국 역시 어느 정치인도 표를 깎아 먹게 될 세금 인상을 말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내년에 대선을 앞둔 상황이니 더더욱 그럴 겁니다. 가뜩이나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타이완 등 각종 분쟁 지역에 쏟아부어야 할 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미 연방 정부의 선택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고금리에 계속 국채를 발행하기도, 그렇다고 경기 침체 위험을 무릅쓰고 정부 지출을 줄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니 말입니다.

교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국제적 경기는 물론 금융 시장 동향에 있어서도 늘 한 발 앞서 대비하는 치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타이완 등 지정학적 변수까지 겹친 지금 그런 혜안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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