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 안에서 꿈틀꿈틀, 송충인줄 알았더니… 한강변 ‘이 벌레’의 정체

정채빈 기자 2023. 10. 2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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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네티즌들이 목격한 미국흰불나방 유충./엑스

송충이처럼 생긴 벌레가 서울 한강공원 등 도심에 등장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 벌레의 정체는 여름철 대표적 해충인 ‘미국흰불나방’의 유충이다.

최근 X(옛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한강공원 등에서 이 벌레가 출몰하고 있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한강에서 누워있었는데 송충이가 떨어졌다. 가방에도 송충이가 떨어졌다”, “한강 놀러 갔는데 송충이가 진짜 끝도 없이 등장했다. 친구 바지 속에도 들어갔다”, “이촌 한강공원에서 송충이떼의 습격으로 비명지르면서 자리 옮겼다” 등 글을 통해 이 벌레로 인한 불편을 호소했다.

입에서 토해낸 실로 잎을 감싼 채 갉아먹고 있는 미국흰불나방 유충./유튜브

이 벌레는 미국흰불나방 유충으로 실제 송충이와 유사한 생김새를 가졌다. 뽕나무, 단풍나무, 벚나무 등 활엽수 잎을 갉아먹으며 도심의 가로수, 농경지의 과수목에 피해를 주는 해충이다.

미국흰불나방은 유충 상태로 40~50일 정도가 지나면 번데기가 된다. 이후 약 12일 뒤에는 나방이 돼 4~5일 후 죽는다. 유충은 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집단으로 입에서 실을 토해 잎을 감싼 채 갉아먹는다. 그러다 번데기 전 상태까지 자라면 따로 돌아다니며 잎을 먹는다.

미국흰불나방 유충./유튜브

미국흰불나방은 1958년 북미에서 한국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 유입된 지 오랜 기간이 흘렀지만, 유독 기온이 높은 올해 더 많은 번식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흰불나방은 주로 5월 중순~6월 하순과 7월 하순~8월 중순쯤 여름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암컷 한 마리당 약 600개 정도의 알을 낳는데, 7~8월에 출몰한 세대는 5~6월의 세대가 낳은 알이 부화한 것이다. 미국흰불나방은 겨울이 되면 나무껍질 틈에서 번데기의 형태로 지내지만, 올해 가을은 평년보다 기온이 높아 미국흰불나방이 겨울잠을 건너 뛰고 3세대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8월 산림청은 미국흰불나방의 밀도 증가가 확인되고 있다며 발생 예보 단계를 ‘관심(1단계)’에서 ‘경계(3단계)’로 조정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미국흰불나방 유충으로 인한 피해율은 지난해 12%에서 올해 27~28%로 올랐다.

그러나 미국흰불나방의 방제는 쉽지 않다. 활엽수 잎에 알을 무더기로 낳고, 벌레집 안에 숨어서 활동하는 특성 때문이다. 특히 한강공원은 상수도 보호구역이라 살충제와 같은 화학약품을 사용할 수도 없다. 이에 주로 고압 살수 등을 이용해 유충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작업을 하지만, 완전한 방제는 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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