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발라드는 통한다는 걸 보여준 성시경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분명 발라드는 한 시대를 풍미한 장르다. 그러나 최근 발라드 장르는 힘을 쓰지 못했다. 발라드 장르 가수들의 사재기 논란, 술과 이별로만 점철된 가사, 비슷한 코드와 '고음 차력쇼'로 만 이어지는 구성들로 인해 대중들에게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도 아니었다. 잔잔한 감성의 발라드는 여전히 고정적인 수요를 가지고 있다. 발라드의 위치가 애매모호해진 상황 속에서 성시경과 나얼의 듀엣곡 '잠시라도 우리'가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은 분명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성시경은 지난 19일 나얼과 함께한 신곡 '잠시라도 우리'를 발매했다. 2021년 5월 발매한 정규 8집 'ㅅ'(시옷) 이후 2년 5개월 만의 신곡이다. '잠시라도 우리'는 J팝을 연상시키는 간결하고 담백한 멜로디가 인상적인 곡으로 이별 직후의 감정을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로 담담하게 풀어낸 곡이다.
예전부터 '가을은 발라드의 계절'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발라드 장르가 가을을 장악한 건 보기 어려웠다. 대신 계절을 타지 않는 아이돌 음악이 차트 최상위권을 장악했다. 성시경과 나얼의 조합으로 나선 '잠시라도 우리'는 이 불황을 뚫어내고 차트 최상단에 위치했다. '잠시라도 우리'는 멜론, 지니, 벅스 등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서 실시간 차트 1위를 기록하며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최정상의 자리를 내줬지만, '잠시라도 우리'는 여전히 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성발라'의 위엄을 자랑했다.
지난 22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성시경은 잠깐 차트 1위를 차지한 것을 두고 노래 제목에 빗대 "잠시라도 1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성시경의 말처럼 '잠시라도 우리'가 차트 최정상에 자리한 건 잠시였지만, 그 의미는 가볍지 않다.
성시경은 같은 인터뷰에서 "발라드는 더 이상 주류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발라드가 주류인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전성기와 비교하면 아이돌, 힙합, 트로트 등에 파이를 내준 지금은 전성기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음원 차트에 일정 수 이상의 곡을 보유한 발라드가 주류의 장르가 아니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음원을 소비하는 방식이 변하며 발라드가 힘을 잃었다는 점이다. 과거 CD·테이프 등의 실물 매체를 통해 앨범 단위의 작업물을 소비했던 구조는 한두 곡의 싱글을 디지털 음원으로 감상하는 형태로 변화했다. 그러면서 긴 호흡이 아닌 짧게 치고 빠지는 음원이 힘을 얻었다. 최근에는 틱톡·릴스·숏츠 등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끌며 음원의 일부분에만 힘을 주는 형태도 많이 등장했다. 천천히 감정과 서사를 쌓아 올려 한순간에 폭발하는 발라드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변화다.
이처럼 불리한 조건에서도 성시경은 발라드를 향한 애정으로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하는 음악을 했다. 다만, 변화를 거부하지는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길게 늘어졌을 전주를 과감히 빼고 바로 도입부로 들어갔다. 대신 철저한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지는 가사를 통해 발라드만이 가지는 감성을 지켰다. 여기에 성시경과 나얼의 애절한 목소리가 더해져 그 감정이 극대화됐다.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였지만 그것은 일부분이다. 큰 틀에서보면 '잠시라도 우리'는 지금의 트렌드와는 분명한 대척점에 있다. 트렌드를 역행하는 음원이 호성적을 거둔 것은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큰 축복이다. 취할 건 취하되, 자신만의 감정을 지켜낸 '잠시만의 우리'는 음원 시장이 획일화되는 것을 막아주며 잊혔던 감정들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비록 '잠시만의 우리'는 '잠시만의 1위'에 그쳤지만, 여전히 발라드는 힘을 가지고 있고, 그 힘이 통한다는 걸 보여준다는 점에서 많은 의미를 남겼다.
성시경은 11월 중순 일본에서 미니앨범을 발매한다. 성시경은 "싱어로서 그곳의 체조 경기장인 무도관에서 (콘서트를) 한번 해보고 싶다라는 허황된 꿈이 있다. 열심히 한번 도전해보겠다"라는 목표를 밝혔다. 발라드의 힘이 여전히 통한다는 걸 보여준 성시경이 일본에서도 발라드의 힘을 보여주며 그 꿈을 이룰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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