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분유·알몸 김치 이어 소변 맥주… ‘中 식품 공포’ 재점화

유진우 기자 2023. 10. 2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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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자의 중국산(産) 식품에 대한 공포가 재발했다.

최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는 남성이 어깨높이 담을 넘어 맥주 원료 맥아가 쌓여있는 곳으로 들어가 소변을 보는 듯한 영상이 올라왔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해당 영상이 중국 산둥성 핑두시에 유명 중국산 맥주 브랜드 칭따오 제3공장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우리나라에도 바로 큰 파장이 일었다. 수입사와 관련 당국은 해당 맥주가 국내로 들어오지 않았다고 진단했지만, 소비자 반응은 싸늘했다.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로 들어오는 칭다오 맥주는 칭다오 시내 스베이구에 있는 칭다오맥주주식유한공사와 리창구 제2공장, 리오산구 제5공장에서 만든다. 식약처는 수입 제품에 대해 해외 제조업소를 등록한 뒤 국내에 수입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식약처는 “업소 소재지 등 정보를 주칭다오 총영사관에 파견한 식약관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수품과 수출품을 떠나 기초적인 생산자 인식, 근본적인 공장 품질 관리 시스템에 결함이 있다’는 것이 대다수 소비자 반응이다.

중국산 식품 관련 포비아(phobia·공포증)는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다. 2000년대 이후 꾸준하게 잊을 만 하면 품목을 달리해 계속 재생산되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맥주 이전 2021년에는 중국산 절임 배추에 대한 위생 논란이 불거졌다. 그때 역시 전문가들은 ‘해당 배추가 국내로 들어왔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2000년 납이 들어간 꽃게부터 시작한다. 2005년에는 중국 수입 김치에서 납이 검출된 데 이어 기생충 알이 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08년 이미 수입한 중국산 장어 양념 구이에서 발암 의심물질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됐다.

같은 해 ‘멜라민 분유 파동’은 중국과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멜라민은 플라스틱을 만들 때 쓰는 화학물질로, 적은 양으로도 신장결석을 유발하고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멜라민이 든 중국산 사료와 우유, 화장품은 국내에 여러 경로를 타고 들어와 사회적인 문제로 커졌다.

2015년에는 ‘인공 계란’ 파동이 일었다. 중국산 난백건조(계란 흰자를 분말로 한 것)에서 엔로플록사신 같은 동물용 의약품 성분이 검출되자 식약처는 부랴부랴 회수조치를 내렸다.

그래픽=정서희

지난해 식약처가 고시한 국가별 수입신고 부적합 사례를 살펴보면 3건 가운데 1건이 중국산이다. 국가 기준 압도적인 1위다. 2,3,4,5,6위까지 전부 합쳐도 중국을 따라 오지 못한다.

‘교역량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중국은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농산물 수입국가다. 전체 농산물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안팎이다.

중국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20%) 대비 중국산 제품 부적합 사례 비율(33%)이 훨씬 높다는 의미다. 수입량 1위 국가 미국은 부적합 사례가 중국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9%대에 그쳤다.

부적합 사례를 면밀하게 따져봐도 중국산 위해식품은 소비자 건강에 치명적인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했다. 검역 단계에서 세균성 대장균이나 카드뮴 같은 유해 중금속, 항생제나 농약 성분이 수시로 검출됐다.

식품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산이라고 항상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중국은 소비 계층이 다양하고 국토와 생산 규모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에 농지나 생산자에 따라 같은 품목도 등급이 여러 단계로 갈린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산을 우리나라에 파는 수입 업자들이 대부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저렴한 제품 위주로 물건을 들여오다 보니 위생이나 품질에 문제가 있는 저(低)품질 수입품이 적발된다고 덧붙였다.

이들 저렴한 중국산 농산물과 가공식품류는 주로 원가 절감이 필요한 가공식품과 단체 급식, 외식 식자재 부문에 쓰인다.

특히 국내에 엔데믹 이후 고(高)물가가 이어지면서 원가 절감을 위해 식재료들을 중국산으로 대체하는 자영업자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김치다.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산 김치는 거의 100% 중국산이다. 중국산 김치는 2021년 알몸 김치 사건 이후 주춤했다가, 엔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이 심해지자 다시 수입량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중국산 김치 수입량은 11만9131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만8787톤에 비해 20.7% 급증했다.

칭따오 맥주 같은 경우 공산품이다. 논란이 일어도 소비자 선택에 따라 구매 혹은 불매를 개인 의사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반면 이들 가공식품과 급식, 외식은 소비자 본인이 재료를 선택할 수 없는 분야다. 주는 대로 먹어야 하고, 원산지 역시 적어 놓은 대로 믿어야 한다. 이 때문에 이미 수입한 제품을 검역하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식의 식품 안전 정책을 넘어 수입업자에게 책임을 강하게 묻는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중국은 식품 위생 관련 의식이 취약한 국가인 점을 감안해 수입식품 검사 항목을 다른 나라보다 세심하게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일본 방사능 유출 사고 때 국내로 들어오는 일본산 식품에 10배 강화한 세슘 기준을 적용한 것처럼 중국산 식품에도 관련 검사를 강화하는 식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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