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덮친 카카오, 창업 후 최대 위기…“CA 협의체 정비 중”
카카오가 창업 이후 최대 위기에 빠졌다.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이 불거지며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구속됐다. 김범수 카카오 전 이사회 의장은 금융감독원에 출석했다. 수사의 칼날이 핵심 경영진 및 창업자로 향하고 있다. 사법리스크를 비롯해 경영진 및 리스크 관리, 계열사 확장으로 인한 골목 상권 침해 등으로 전사가 흔들리고 있다.
업계는 카카오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약점으로 지목한다. 경영진의 모럴헤저드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미흡하다는 설명이다. 2021년 '스톡옵션 먹튀' 논란에 사퇴했던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는 지난해 다시 카카오페이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됐다. 류 전 대표는 카카오페이 임원과 카카오페이 주식 900억원 어치를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 약 469억원을 현금화한 바 있다.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책임지겠다며 사임한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도 스톡옵션 행사로 94억원이 넘는 차익을 챙겼다. 남궁 전 대표가 주가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던 만큼 비판은 거셌다. 그는 앞서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에는 김기홍 카카오 전 재무그룹장(CFO)이 법인카드로 1억원 규모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해 파장이 일었다. 상임윤리위원회 회의를 거쳐 나온 징계 수위는 정직 3개월에 불과했다.
카카오의 카카오뱅크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 상 인터넷 은행 지분을 10% 넘게 가지고 있는 주주는 최근 5년간 경제 관련 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적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시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약 27%에서 10%만 남기고 처분해야 한다.
이 외에도 골목상권 침해,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대규모 서비스 장애, 포털 여론 조작, 중소기업·스타트업 경쟁사 아이디어 도용 의혹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잇따른 악재로 카카오 주가는 지속 하락 중이다. 지난주 카카오 주가는 6일 연속하락해 지난 20일에는 4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23일 12시 현재 3만8000원대를 기록했다.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등의 주가도 함께 급락했다.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카카오 3분기 실적은 연결 매출 2조2319억원, 영업이익은 1316억원으로 예상된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5% 하락한 수치다.
업계는 카카오의 사업 확장에 비해 컨트롤타워가 힘을 쓰지 못해 한계에 부딪히는 것이라 분석한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는 총 144개다. 2021년 2월 105개와 비교하면 37.1%(39개) 증가한 수준이다.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인수하며 5월 25개의 회사가 계열사로 편입된 영향이다.
그럼에도 계열사별 책임 경영을 강조하며 통합 관리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카카오는 CA협의체를 구성, 카카오 공동체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해왔다. 지난달 22일 회사 규모가 커지며 사업관리, 경영지원, RM 영역의 총괄을 신규로 선임했다. 다만 CA 협의체가 자회사의 경영 전반을 관리하기는 힘들다. 상장사의 경우 주주가 있어 CA 협의체의 입장만을 적용한다면 월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사적 쇄신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자결재 시스템 정비, 조직 및 경영 개편안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카카오 측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규모에 맞는 경영시스템 마련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2021년 CAC를 신설했고 그 후 CA 협의체 등으로 조직을 개편하며 지속적으로 정비해나가는 중”이라며 “지난달 CA 협의체가 내부 경영 활동에 대해 조언하는 역할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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