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앞바다 삼중수소, 또 최대치 경신···20베크렐 넘어서며 가파른 상승
도쿄전력 “이상치 기준 이하···문제 없다”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방류구 인근에서 지난 21일 리터(ℓ)당 20베크렐(㏃)이 넘는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지난 8월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된 이래 최대치다. 이 부근에서는 최근 삼중수소의 검출 횟수와 농도 수준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오염수가 방류돼도 해류를 타고 퍼지기에, 특정 지점의 삼중수소 농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과 다른 것이다.
도쿄전력은 22일 방류구로부터 약 200m 떨어져 있는 ‘T-0-1A’ 모니터링 지점에서 전날 채취한 바닷물을 분석한 결과, 삼중수소 농도가 리터당 22㏃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오염수의 해양 방류 이후 삼중수소가 2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에 가장 높았던 수치는 지난 16일 채취한 해수에서 나온 16㏃였다.
앞서 도쿄전력이 지난 7일부터 오염수 2차 방류를 시작한 뒤, 방류구 인근의 삼중수소 농도는 심상치 않은 추이를 보이고 있다. 1차 방류 당시에는 속보치 기준으로 삼중수소가 검출된 사례는 단 한 차례였으나, 2차 방류 이후 약 보름간 삼중수소가 검출된 빈도는‘T-0-2지점’을 포함해 8차례에 달한다. 농도 최대치도 계속 경신되고 있다. 7일 채취한 바닷물이 9.4㏃를 기록한 뒤 9일 채취분에선 11㏃를 기록했으며, 16일엔 16㏃까지 오른 바 있다.
이같은 현상은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퍼지기 때문에 특정 지점의 삼중수소 농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것이다. 도쿄전력 측은 “해당 해역은 해류 흐름이 주기적으로 바뀔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수치에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삼중수소가 검출됐어도 이상치 판단 기준인 ℓ당 700㏃에 크게 못 미쳐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는 “오염수를 바닷물로 얼마나 희석했는지에 따라 방류구 인근 삼중수소 농도에 변화가 나타날 수는 있다”며 “또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오염수가 유출됐을 가능성이나, 분석방법에 있어서의 변수 등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백 교수는 “만약 이같은 원인 때문이 아니라 삼중수소가 바다에 농축되고 있는 현상이라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삼중수소가) 해류를 타고 퍼져나간 뒤에도 바닷물에 미미하게 남아있고, 거기에 다시 오염수를 방류하면서 농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라면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도쿄전력의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명확한 원인 파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안전할 것이라 섣불리 추정하는 것은 사고를 일으킨 주체의 도리가 아니다”라면서 “도쿄전력이 (원전 사고에 대한) 책임감을 가진다면 시간을 들여 원인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내 원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후쿠시마 원전 폐로에 관한 안전감시협의회’도 지난 17일 회의에서 최근의 삼중수소 추이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도쿄전력 측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오염수 방류구 인근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된 것만으로는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국민 우려 해소를 위해 이번 2차 방류 기간에 검출된 삼중수소 농도에 대해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등에 질의를 보내 보다 상세한 정보를 파악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전력이 지난 5일 시작한 오염수 2차 방류는 23일로 완료됐다. 도쿄전력은 내년 3월까지 두 차례 더 방류를 실시, 총 4차례에 걸쳐 오염수 3만1200t을 처분할 계획이다. 3차 방류 대상인 오염수의 시료에서는 최근 삼중수소 이외에 탄소-14와 코발트-60, 스트론튬-90, 이트륨-90, 아이오딘-129, 세슘-137 등의 유해 방사성 물질들이 검출돼 논란이 됐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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