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클 여파 야유? 조용!' 가르시아의 만루포 응징, 텍사스 기사회생…휴스턴과 WS행 끝장 승부 간다

김민경 기자 2023. 10. 2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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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얼린 아돌리스 가르시아의 만루포.
▲ 네이선 이볼디.
▲ 텍사스를 벼랑 끝에서 구한 네이선 이볼디(왼쪽) 조나 하임 배터리.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텍사스 레인저스가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했다. 12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 희망을 이어 가면서 시리즈를 7차전까지 끌고 갔다.

텍사스는 2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9-2로 이겼다. 텍사스는 휴스턴과 시리즈 전적 3승3패로 팽팽하게 맞서면서 끝장 승부를 예고했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는 원정팀 승리 공식이 6차전까지 지켜졌다. 휴스턴 홈구장에서 열린 1, 2차전은 텍사스가 모두 이겼고, 텍사스 홈에서 열린 3, 4, 5차전은 휴스턴이 모두 이겼다. 다시 휴스턴 홈구장으로 돌아온 6차전에서 텍사스가 이겼다. 이 공식이 7차전까지 깨지지 않는다면 텍사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게 된다. 휴스턴이 어떻게 이 징크스를 깰지가 관건이다.

텍사스는 1961년 창단 이래 단 한번도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적이 없는 팀이다. 2010년과 2011년 2차례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는데,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2010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1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 2011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3승4패로 아쉽게 고개를 숙였다. 2016년 이후 7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텍사스는 내친김에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텍사스는 마커스 시미언(2루수)-코리 시거(유격수)-로비 그로스먼(좌익수)-아돌리스 가르시아(우익수)-미치 가버(지명타자)-조나 하임(포수)-나다니엘 로위(1루수)-조시 영(3루수)-리오디 타베라스(중견수)가 선발 출전해 반격을 노렸다.

선발투수는 이날 전까지 올해 등판한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긴 네이선 이볼디였다. 이볼디는 2018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베테랑으로 가을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날 전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14경기(선발 9경기)에 등판해 7승3패, 62⅔이닝, 평균자책점 2.87을 기록했다.

휴스턴은 호세 알투베(2루수)-마이클 브랜틀리(좌익수)-알렉스 브레그먼(3루수)-요르단 알바레스(지명타자)-호세 아브레유(1루수)-카일 터커(우익수)-마우리시오 듀본(중견수)-제레미 페냐(유격수)-마틴 말도나도(포수)가 선발 출전해 맞섰다. 선발투수는 정규시즌 12승 투수로 활약한 프램버 발데스였다.

▲ 네이선 이볼디
▲ 프램버 발데스

이볼디와 발데스의 선발 맞대결에서는 이볼디가 웃었다. 이볼디는 6⅓이닝 5피안타 3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빅게임 피처의 가치를 증명했다. 아울러 올해 포스트시즌 4전 전승 행진을 이어 갔다. 최고 구속 97.7마일(157㎞), 평균구속 95.4마일(153㎞)에 이르는 직구(41개)로 윽박 지르면서 스플리터(18구), 커브(17개), 커터(12개)를 섞어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발데스는 5이닝 2피안타(2피홈런) 2볼넷 6탈삼진 3실점에 그치면서 패전을 떠안았다. 평균구속 80.5마일(129㎞)로 형성되는 커브(32개)를 주 무기로 삼았고, 싱커(24개)를 함께 활용했다. 싱커는 최고 구속 96.9마일(155.9㎞)까지 나왔다. 여기에 체인지업(15개), 커터(13개)를 섞어 텍사스 타선에 맞섰는데, 피홈런 2방에 울었다.

이볼디가 1회말 선취점을 내주면서 심리적으로 크게 쫓기게 됐다. 선두타자 알투베가 우전 안타로 출루한 뒤 2루를 훔치면서 이볼디를 흔들었다. 브랜틀리가 볼넷을 골라 걸어나갔고, 브레그먼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1사 1, 2루가 됐다. 이볼디는 실점을 막고자 했지만, 다음 타자 알바레스에게 중전 적시타를 얻어맞아 0-1이 됐다. 이볼디는 추가 실점 위기에서 아브레유를 유격수 직선타, 터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흐름을 끊었다.

▲ 요르단 알바레스
▲ 미치 가버
▲ 결승포를 날린 조나 하임

텍사스는 2회초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선두타자 가버가 우중월 솔로포를 터트리며 1-1 균형을 맞췄다. 발데스의 초구 싱커를 공략해 담장을 훌쩍 넘겼다. 가버의 포스트시즌 2호 홈런이었다.

1-1 팽팽한 균형은 4회초 하임이 깼다. 2사 후 가버가 좌전 안타로 출루한 상황. 하임은 발데스의 초구 체인지업에 파울을 날리더니 2구째 체인지업이 높게 들어오자 놓치지 않고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3-1로 경기를 뒤집는 투런포였다.

이볼디는 6회말 휴스턴의 반격을 허용했다. 선두타자 알바레스가 중전 안타로 출루하고, 아브레유가 우전 안타를 날려 무사 1, 2루 위기에 놓였다. 터커가 1루수 땅볼로 출루할 때 1루주자 아브레유를 2루에서 잡으면서 1사 1, 3루가 됐고, 듀본에게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3-2까지 좁혀졌다.

텍사스는 7회말 최대 위기에 놓였다. 이볼디가 다시 등판해 선두타자 말도나도를 좌익수 뜬공으로 잘 처리했는데, 알투베에게 중전 안타를 뺏겨 1사 1루가 됐다. 이볼디의 투구 수는 88개에 불과해 더 던질 수도 있었지만, 브루스 보치 텍사스 감독은 경기 흐름상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불펜을 가동했다. 이볼디의 공은 조시 스보츠가 건네 받았다. 스보츠는 브랜들리를 2루수 병살타로 돌려세우면서 벤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 네이선 이볼디
▲ 호세 알투베(오른쪽)
▲ 마우리시오 듀본
▲ 조시 스보츠

텍사스는 8회초 달아날 기회를 얻었다. 휴스턴이 불펜투수로 브라이언 아브레유를 올리면서 맞섰다. 아브레유는 지난 21일 5차전에서 벤치클리어링의 중심에 섰던 투수였다. 아브레유는 당시 8회말 무사 1루에서 가르시아에게 초구 98.9마일(약 시속 159㎞)짜리 직구를 던졌는데, 가르시아의 왼쪽 팔뚝에 맞는 사구가 됐다. 가르시아는 곧장 포수 말도나도에게 달려들면서 빈볼을 확신하고 항의했다. 가르시아는 6회 역전 3점포를 터트리면서 휴스턴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를 완전히 무너뜨렸는데, 이때 타구를 한참 동안 감상하는 세리머니를 하면서 휴스턴을 자극했다. 본인이 찔려서 한 행동이었다고 볼 수 있다.

말도나도는 분노한 가르시아에게 맞서지 않고 '의도가 없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차분하게 대응했는데, 어쨌든 두 선수가 맞붙었으니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휴스턴이 2점차로 뒤지고 있었고, 가르시아를 사구로 내보내면 무사 1, 2루로 쫓기기 때문에 빈볼이 나올 상황은 아니란 의견이 더 많았으나 어쨌든 일은 벌어졌다.

심판진은 벤치클리어링 상황이 수습된 뒤 휴스턴 쪽에 투수 아브레유의 퇴장을 선언했다.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감독은 심판 반정에 불복하고 항의하다 퇴장 조치됐다. 베이커 감독은 끝까지 감독석에 앉아 버티면서 심판진의 퇴장 판정에 불만을 표출했지만, 심판진과 휴스턴 코치진의 설득에 결국 더그아웃 밖으로 물러났다. 텍사스에서는 먼저 시비를 걸었던 가르시아가 퇴장 조치됐다. 이 사태로 아브레유는 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는데, 항소하면서 이날 등판할 수 있었다.

▲ 브라이언 아브레유
▲ 5차전 벤치클리어링
▲ 아돌리스 가르시아(왼쪽)가 마틴 말도나도에게 항의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아브레유는 텍사스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 선두타자 에반 카터가 유격수 앞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최초 판정은 아웃이었는데, 챌린지 결과 세이프였다. 카터는 2루까지 훔치며 아브레유를 더 자극했다. 다음 타자는 벤치클리어링을 유발했던 가르시아였다. 아브레유는 가르시아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징계의 아쉬움을 달래는 데 성공했고, 휴스턴 홈팬들도 크게 환호했다.

그러나 텍사스의 계속된 1사 2루 기회에서 가버가 좌익선상으로 빠지는 적시 2루탈르 날려 4-2로 거리를 벌렸다. 아브레유는 다음 2타자를 범타로 돌려세우긴 했지만, 분명 아쉬운 결과였다.

8회말 텍사스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스보츠가 그대로 마운드를 지키려했는데 선두타자 브레그먼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1사 후에는 아브레유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1, 2루 위기에 놓였다. 그러자 보치 감독은 마무리투수 호세 르클락을 올려 위기를 돌파하고자 했다.

▲ 포효하는 호세 르클락
▲ 밀어내기 볼넷을 얻은 코리 시거
▲ 만루포를 날린 가르시아

르클락은 첫 타자 터커를 볼넷으로 내보내 1사 만루 위기에 놓였지만, 듀본을 유격수 직선타로 처리하면서 한숨 돌렸다. 이어 대타 존 싱글턴을 풀카운트 싸움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가슴을 치며 포효했다.

위기 뒤 기회가 찾아왔다. 텍사스는 9회초 선두타자 영이 볼넷을 얻고, 타베라스가 2루수 알투베의 땅볼 포구 실책으로 출루하면서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이어 시미언이 좌전 안타를 날려 무사 만루로 연결했다.

휴스턴은 라파엘 몬테로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라이언 스타넥을 올렸는데, 시거가 밀어내기 사구를 얻으면서 5-2로 도망갔다. 그리고 1사 만루에서 가르시아가 일을 냈다. 경기 내내 휴스턴 팬들의 야유를 받으면서 4타수 4삼진으로 침묵하던 상황. 스타넥에게 좌월 만루포를 터트려 순식간에 9-2로 거리를 벌렸다.

텍사스는 24일 시즌 운명이 걸린 7차전에 나선다. 텍사스의 7차전 선발투수는 백전노장 맥스 슈어저다. 슈어저는 올해 포스트시즌 1경기에 등판해 4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던 터라 자존심 회복이 필요한 상황이다. 휴스턴은 크리스티안 하비에르를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텍사스가 창단 첫 우승 도전을 이어 갈지, 휴스턴이 3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2년 연속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릴 기회를 얻을지 주목된다.

▲ 끝내 주인공이 된 아돌리스 가르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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