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릿수에 "한 명(1)의 생명도, 자살 없어야(0), 구(9)하자" 의미 담아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가장 간절한 순간의 구조 신호…기억하기 쉬워야"
여러 개가 산발적으로 운영되던 '자살예방상담' 전화번호가 내년부터 '109'로 통합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국내 자살률 감소를 위해서는 고위험군의 구조 요청에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정책을 발표했다. 자살예방을 위한 신고·상담 전화번호는 2024년 1월 1일부터 세 자리 긴급번호인 '109'로 통합 운영된다.
자살예방 정책을 담당하는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올 2월부터 범국가적 대책 마련을 위해 국민통합위원회와 함께 정책 논의를 이어왔다. '세 자리 통합 상담번호 구축'은 지난 8월 말 국민통합위 1주년 성과보고회에서 제안된 방안이다.
이에 복지부는 번호자원 관리 주무부처인 과기부와 자살예방 상담번호를 기존 '1393'에서 '109'로 개편하기로 했다.
현재 자살예방 상담번호인 '1393'은 연간 10만 건 이상의 전문 전화상담을 수행해 왔지만 아직 국민적 인지도가 낮고 종사 상담사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정신건강 상담전화, 청소년 상담전화 등을 함께 홍보해 왔다.
그간 자살 신고·상담전화는 '1393' 외 △정신건강 상담전화(1577-0199) △생명의전화(1588-9191) △청소년전화(1388) △청소년모바일상담(1661-5004) △보건복지상담센터(129) △여성긴급전화(1366) △국방헬프콜(1303) 등 기관별로 여러 개가 흩어져 있었다.
국민통합위 김한길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살 상담은 가장 간절한 순간의 구조신호이기 때문에 신속한 대응을 위해서 기억하기가 편해야 한다"며 "하지만 자살 관련 상담번호가 현재는 8개 정도로 부처가 나뉘어 관리되고 있고, 긴박한 순간에 바로 떠올리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자살 관련 상담 전화번호들은 대개 국번이 있는 긴 전화번호이기 때문에 기억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점도 있었다"며 "이러한 현장의 실제 어려움을 공감해 상담전화의 접근성과 응대율을 높일 수 있는 대안 발굴에 힘써 온 결과, 세 자릿수 통합번호(109)가 마련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내년도부터 적용될 통합번호 '109'는 '119'처럼 자살이 구조가 필요한 긴급한 상황이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게 통합위의 설명이다. 각 번호별로 '한 명(1)의 생명도, 자살 Zero(0), 구(9)하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도 전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020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24.1명으로 OECD 평균치(11.1명)의 2.2배 수준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사회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우울감 증가에 따라, 추후 더 가파른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실이 복지부·질병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19로 숨진 환자(3만 2156명)보다 자살 사망자(3만 9435명)가 더 많았다.
통합위는 미국의 경우, 정신건강 응급 전화번호를 '988'로 통합한 뒤 상담 응답률이 33% 개선되고 대기시간도 75% 단축됐다며, 우리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 위원장은 "머지않아 세 자릿수 자살상담 직통전화가 개통되면 자살률을 낮추는 데 기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살을 망설이는 분들이 하루라도 빨리 그 고통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끔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형훈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내년 1월부터) 기존 (자살예방상담) 번호들로 전화를 하더라도 그 번호들이 '109'로 연계되는 기능을 통해 전환될 것"이라며 "기존 번호(들)도 당분간은 유지하면서 운영된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인력 충원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도 상담수요 증가에 대비해 추가적인 상담원 확충, 야간·새벽 등 취약시간대 집중인력 배치, 상담원의 장기근속 유도 등을 통해 안정적인 응대율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자살예방 상담전화의 응대율은 약 70% 정도로 개선된 것으로 파악됐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자살예방 상담 통합번호가 조속한 시일 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시스템 전환, 인력 확충 등 필요한 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자살을 예방하는 데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효과적인 상담전화가 운영될 수 있도록 집중 안내하고 홍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내년 1월 1일부터는 자살사건 보도 시 예방기관 정보나 긴급도움 요청 관련 '안내 문구'도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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