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최자 없는 행사’ 작년1~10월 57건→작년11~올8월 154건으로 3배 늘었는데… 조례개정 미루며 ‘직무유기’

전수한 기자 2023. 10. 2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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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행정안전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주최자 없는 행사'의 안전사고 예방 의무와 책임을 묻는 조례 개정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현재 전국 기초지자체 226곳 중 36%(81곳)만이 관련 조례를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주최자 없는 행사의 안전사고에 대해 자치단체장에게 책임을 묻는 조례들은 주최·주관자가 없거나 불분명한 옥외행사·다중운집 행사에 대해서 '안전관리계획' 등을 수립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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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핼러윈 참사 1년 - (上) 인파사고 우려 여전
행안부 개정 권고 반년지났지만
지자체 226곳 중 145곳 미개정
부산선 주최없는 행사 7건 예정
축제몰릴 진구·수영구 조례없어
관련법 개정안 35건 계류·폐기
이태원 특별법도 정쟁탓 미뤄져
‘기억과 안전의 길’조성 공사 23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벌어진 서울 용산구 골목에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 공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한 시민이 공사 현장을 건너고 있다. 문호남 기자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 행정안전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주최자 없는 행사’의 안전사고 예방 의무와 책임을 묻는 조례 개정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현재 전국 기초지자체 226곳 중 36%(81곳)만이 관련 조례를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조례 개정이 안 된 지자체들은 “상위법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을 회피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주최자 없는 행사의 안전사고에 대해 자치단체장에게 책임을 묻는 조례들은 주최·주관자가 없거나 불분명한 옥외행사·다중운집 행사에 대해서 ‘안전관리계획’ 등을 수립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행사의 내용이나 안전관리계획 등의 명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법문상 약한 의무인 ‘할 수 있다’가 아닌 강한 의무인 ‘하여야 한다’로 끝맺는 것은 대부분 동일하다.

문제는 이 같은 조례가 없는 기초자치단체 145곳은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관리 책임이 있는 지자체장이 책임을 회피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례 없이도 자체적으로 태스크포스(TF) 등을 꾸려 지역 행사에 대응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책임 소재에 극도로 민감한 공무원 조직 특성상 조례의 부재는 책임 의식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이 지자체들의 설명이다. 안전관리계획 수립 의무 없이는 주변 위험 요소 파악, 비상시 대응 요령 마련 등 기초적인 행사 관리로부터도 자유로워진다.

서울, 부산 등 다중운집 행사가 많은 지역에는 주최자 없는 행사가 증가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핼러윈이나 대입 수능, 연말·연시 등 대형 인파가 예상되면서도 주최자 없는 행사가 이달부터 12월까지 7건이나 예정돼 있다. 행사는 카페 거리와 해수욕장이 위치한 진구와 수영구에 몰려 있는데, 이들 구엔 이를 관리하는 조례가 없다. 행안부에 따르면 주최자 없는 행사는 지난해 1∼10월까지 57건에서 이태원 참사 직후인 지난해 11월∼올해 8월까지 154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관련 조례가 없는 지자체들은 상위법인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되면서 조례 개정이 미뤄졌다고 항변한다. 부산의 한 구청 관계자는 “상위법 제정이 미뤄지면서 조례 개정도 계속 밀리고 있다”며 “타 지자체의 개정 상황을 검토해 내년 초까지 완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여야는 이태원 참사 직후 경쟁하듯 보완 입법을 내놨지만 1년이 흐른 현재 이들 법안은 대부분 방치되고 있다. 주최자 없는 행사 안전 관리에 대한 지자체의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 등을 담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의 경우 총 35건이 계류 중이거나 폐기됐다. 지난 6월 30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도 여야 정쟁으로 논의가 미뤄지고 있다. 행안부는 상위법 개정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도 조례를 만든 지자체들이 ‘적극행정 사례’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주최 없는 행사라는 것은 반대로 책임이 자치단체와 정부에 있다는 뜻”이라며 “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공공의 안녕을 위해서인데, 상위법 핑계 대신 다시는 이태원과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수한·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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