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떠나는 현실…공공기관 성비위 등 피해자 4명 중 1명 퇴직

핵심요약

2018년 이후 복지위 소관 25개 공공기관에서 성비위 등 121건 발생
피해자 185명 중 36명 퇴직…인턴, 실습생 피해자 8명 포함
공공기관, 성비위 사실 인지 후에도 피해자 보호 못해

같은 공공기관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시에 발생한 성비위, 직장 내 갑질의 피해자 4명 중 1명은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밝혀졌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공공기관 및 공직유관단체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8년 이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25개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성비위 등 피해자 185명 중 36명은 더 이상 공공기관에서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 4명 중 1명은 직장을 그만둔 것이다.

퇴직사유는 본인이 해면을 요청하는 '의원면직'이 23명(약 63.9%)으로 가장 높았으며, '계약만료'가 10명(약 27.8%)으로 뒤를 이었다. 나머지는 당연퇴직이 2명, 기타 사유(건강악화)가 1명이었다.

퇴직한 피해자 중에는 인턴과 연수생도 포함되어 있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한의약진흥원의 성비위 피해자 중에는 인턴 2명씩이 속해 있었다. 또 한국보건복지인재원의 성비위 피해자 중 1명은 인턴, 1명은 실습생이었다. 사회로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회초년생들이 약 2개월~10개월의 계약 기간 동안 부당한 행위에 시달리다 퇴직한 것이다.

공공기관이 피해자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공기관이 성비위 등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퇴직 피해자들이 직장을 그만두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약 290일로, 10개월이 채 안 됐다. 공공기관이 사건을 인지한 날 이전에 이미 퇴직한 피해자가 10명이었고, 인지 후 1~30일 사이 퇴직이 3명, 31~90일이 7명, 91~180일이 5명, 181~365일이 2명, 366일 이상이 9명으로 집계됐다. 공공기관이 사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며 피해자들이 결국 기관을 떠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공공기관의 성비위 등 사건 인지 일자~퇴직 피해자 퇴직일까지 소요기간 현황. 인재근 의원실 제공

한편 2018년 이후 현재까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25개 공공기관에서 발생한 성 비위 등 사건은 총 121건이며, 이들 사건의 가해자는 144명이다. 이 중 31명만이 해임, 파면 등 징계를 받아 퇴직했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공공기관은 많은 사람이 그리는 꿈의 직장 중 하나지만 성비위 등의 피해자가 된 직원들에게는 그저 악몽 같은 곳, 두려운 곳일 뿐"이라며 "이들 중 상당수가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곳을 제 발로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기관장을 비롯해 공공기관의 모든 직원은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재발 방지와 피해자 보호에 힘써야 한다"며 "특히 인턴, 실습생 등 정규 직원보다 더 처우와 근무환경이 열악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비위 행위에 대해서는 더 강력하게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jebo@cbs.co.kr
카카오톡 :@노컷뉴스
사이트 :https://url.kr/b71afn

CBS노컷뉴스 조수민 인턴기자 nocutnews@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