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사태] 증권사, 내부통제 부담↑…테마주 수급 '휘청'
[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되는 '영풍제지 사태'로 인해 증권업계 전반에 내부통제 부담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4월 '라덕연 사태', 6월 5개 종목의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후 올해만 3번째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지며 투자심리 위축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사태의 영향으로 2차전지, 반도체 등 주요 테마 종목들에 대한 증거금률이 높게 설정되면서 수급 측면에서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지난 20일 기준 영풍제지 하한가로 인해 고객 위탁계좌에 4943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영풍제지 시가총액(18일 종가 기준, 1조5757억원)의 3분의 1수준이다.
앞서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은 미결제 위험 등을 고려해 영풍제지에 대한 위탁증거금률을 100%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 키움증권은 영풍제지의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고 있다가 지난 18일 갑작스러운 하한가로 거래가 정지된 이후에서야 증거금률을 100%로 높였다.
증권가에선 키움증권이 내부통제에서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평가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선수들(신용·미수 담당부서 직원들) 사이에선 '여기(영풍제지) 위험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 키움증권에서도 해당 경고를 접했을 텐데, 내부통제가 안됐나하는 생각이 든다"며 "미수금이 회수돼야 하는데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가 있다. 증권사 전반적으로 신용·대출 부서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수금 연체 이자 등 수수료 수익에 대한 욕심으로 해당 종목에 대한 증거금율을 낮게 유지했을 것 같진 않다"며 "키움증권은 신용·대출이자 수익이 큰 만큼 전체 수익에서 (해당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 실무 측면에서 수수료 수입을 고려했을 순 있지만, 제대로 내부통제가 이뤄졌다면 걸러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로 증권사의 업무 가중 뿐 아니라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 18일 영풍제지와 함께 에코프로, 이수페타시스, 신성델타테크 등 23개 종목의 증거금율을 상향했다. 지난 19일과 20일에도 증거금 100% 징수 종목을 추가하면서 포스코DX, 레인보우로보틱스, 포스코홀딩스, 한미반도체, 에코프로비엠 등의 종목에 대한 신용융자와 담보대출 실행을 막았다. 2차전지, 반도체, 로봇 등 최근 시장의 주요 테마 대장주들이 포함돼있어 테마주 수급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영풍제지가) 낮은 증거금률로 문제되면서, 신용대출 종목과 증거금 관리에 더 신경쓰라는 지시도 내려오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보유 종목의 신용대출이 막히거나 증거금률이 상향되면 기존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수급 측면에서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 가능성 등을 이유로 지난 18일 영풍제지와 모회사 대양금속에 거래정지 조치를 내렸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영풍제지 시세조종 혐의 피의자들은 100여개에 달하는 계좌를 동원했고, 이 중 상당수가 키움증권에서 개설된 계좌로 추정되고 있다. 피의자 4명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통해 지난 20일 전원 구속됐다.
영풍제지의 주가는 올해 들어 8배 이상 급등했다. 올해 초 5829원 수준이던 주가는 지난 18일 하한가 직전 4만8400원까지 올라 730% 상승했다. 52주 최저·최고가 기준 상승률은 1818%에 달한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다른 대형사의 경우 상반기 중 해당 종목의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던 시기에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하는 조치를 취한 상황"이라며 "해당 종목의 거래 대부분이 키움증권에서 발생했음을 감안했을 때 타 증권사가 관련 사태로 인해 받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도 "영풍제지의 전체 미수금 발생 만큼이 업계 전체의 익스포저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다른 대형 증권사의 경우 지난 7일부터 거래가 미심쩍다고 의심해 영풍제지에 대한 증거금율을 100%까지 상향했다. 해당 증권사들의 피해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경선 기자(seono@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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