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때문에…일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묘한 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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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이스라엘과 테러리스트 조직인 하마스 사이 계속되는 분쟁에 관해 논의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9일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5개국 정상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견고하고 단합된 지지를 표명"한다고 발표한 공동성명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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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용어 “법의 지배”도 사용하지 않아
“오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이스라엘과 테러리스트 조직인 하마스 사이 계속되는 분쟁에 관해 논의했다.”
미국 백악관은 22일(현지시각)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와 이스라엘이 테러리즘에 대항해 자신을 지킬 권리를 거듭 강조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스라엘에 관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이 이름을 나란히 한 가운데 유독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만 성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9일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5개국 정상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견고하고 단합된 지지를 표명”한다고 발표한 공동성명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공식 외교 문서에 하마스의 지난 7일 이스라엘 기습공격을 테러라고 규정한 것도 사건이 발생한 지 나흘 뒤인 11일 저녁이 되어서였다. 이 무렵에는 하마스가 어린아이를 포함한 민간인을 살해하고 납치한 점에 대해 아랍권에서도 지나쳤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올 때였다. 지난 7일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의 무력 충돌에 대해 다른 주요7개국 회원국들과 달리 이스라엘과 아랍 어느 쪽도 자극하지 않으려는 ‘중립 외교’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 보이는 태도는 일본의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중국의 강압적 대외 정책을 비판할 때와 크게 비교된다. 일본은 중국을 비판할 땐 “법의 지배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이번엔 이 용어 사용도 피하고 있다. 가와카미 요코 일본 외무상은 21일 열린 이집트 카이로 평화회의에 출석해 “하마스의 테러 공격을 규탄”했지만, 법의 지배는 언급하지 않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2일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일본이 법의 지배를 언급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이 지지하는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의식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에서 강행하고 있는 유대인 정착촌 건설에 대해 유엔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일본도 이에 동의한다. 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에 대해서도 유럽 등에선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법의 지배’라는 말을 통해 하마스를 비판한다면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같은 논리로 비판해야 하기 때문에 언급을 아예 피한다는 논리다.
일본이 중립 외교를 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에너지 때문이다. 일본 외교 안보 정책의 기축은 미국과의 동맹이어서 이스라엘과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일본은 지난해 전체 원유 가운데 94%를 중동에서 수입했다. 양쪽 모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사정은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8월까지 한국에 수입된 원유 가운데 중동에서 수입된 원유 비중이 72.4%에 이른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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