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법 “산재 유족, 보상일시금 넘게 받아도 유족연금 수급권 안 사라진다”

김혜리 기자 2023. 10. 2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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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경향신문 자료사진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유족이 사업주로부터 유족보상일시금 전액을 배상받았더라도 산재보험법에 따라 유족연금을 별도로 받을 수 있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의 남편은 2019년 서울도시철도가 발주한 공사에 참여했다가 파이프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이후 A씨와 자녀들은 남편이 다니던 회사로부터 손해배상금 3억3000만원을 받기로 합의했다. 여기에는 2억5620만원 상당의 유족보상일시금이 포함됐다. A씨 측이 회사로부터 배상금을 우선 지급받은 뒤 회사는 근로복지공단에 A씨 명의로 일시금을 대체수령하는 식으로 배상절차를 밟기로 했다.

그 후 A씨는 유족보상연금도 청구했지만 공단은 거부했다. A씨가 회사로부터 유족보상일시금이 넘는 손해배상금을 받았기 때문에 연금까지 받으면 이중혜택을 누리게 된다는 취지였다. 산재보험법에 따르면 유족급여는 원칙적으로 연금 형태로 지급하되, 유족이 원하는 경우 50%를 일시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절반으로 감액한 연금으로 지급한다. 공단은 A씨가 일시금 이상의 손해배상금을 받았으므로 유족보상연금에 대한 청구권은 소멸됐다고 본 것이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소송에 나섰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산재보험법상 유족급여는 일부라도 반드시 연금으로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유족의 연금수급권을 강화해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유족보상연금은 수급권자의 자격이 유지되는 한 총액의 상한없이 지급되는 것”이라며 “사업주로부터 손해배상금을 받을 때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액을 공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족보상연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연금수급권 침해”라고 판시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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