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을 채운다, 심연을 마주한다…최세경 개인전 ‘현(玄)-눈을 뜨다’

송상호 기자 2023. 10. 2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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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예술공간 아름에서 진행 중인 최세경 작가 개인전 ‘현(玄)-눈을 뜨다’에 걸려 있는 작품들의 모습. 송상호기자

 

최세경 작가의 개인전 ‘현(玄)-눈을 뜨다’가 수원 예술공간 아름에서 관람객과 만나고 있다.

드로잉에 기반하면서도 각종 설치 작업을 이어오며 개체와 개체 사이 상호작용을 연구해왔던 최 작가는 언제나 구심점을 어디에 둘 지 고심했다. 그에 따라 작업을 잘 살펴보면 중심에서 뻗어나가는 게 무엇이고, 또 중심으로 수렴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을 거듭한 흔적이 느껴진다.

몇 차례 인간의 외형을 통해 외부와 관계 맺는 상황을 작업으로 풀어내기도 했던 그는 이제 존재의 내부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전시 역시 내면과 심연을 들여다보는 시도의 일환이다.

멀찍이 떨어져 있을 때 최 작가의 작품을 보면 단순한 추상 회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림에 바짝 붙어 켜켜이 쌓인 흑연의 궤적을 살피고, 가느다란 볼펜으로 중첩해 놓은 선 한 획 한 획을 살펴 본다. 어느새 누군가의 내면, 또 나의 심연을 마주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문득 느껴진다. 이처럼 최 작가의 그림은 작품이 홀로 있을 때가 아니라, 수용자와 함께 있을 때 완성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최세경作 '검을 현(玄)-마주서다', 'flow...리듬', '검을 현(玄)-결'(부분 확대), '검을 현(玄)'. 작가 제공

이같은 작업에 대해 최 작가는 “이상하게도 목표를 정해두면 작업을 마칠 수 없더라. 계속해서 여백을 채워가다 보면 어느샌가 아 이쯤이면 되겠다 싶은 순간이 온다. 겹친 흑연의 총체가 단단하게 빛나는 순간, 뭉쳐가는 잉크의 자취가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질감을 만들어내는 순간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에게 ‘원’은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상태를 오가는 매력적인 탐색지대다. 최 작가는 “원은 근본을 표현하는 데 있어 가장 완벽한 형태다. 중심에서 어느 방향으로나 일정하게 퍼져나가고 부딪히거나 깎이는 부분도 없다”며 “대상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규정되는 순간, 사람에겐 선입견이 생긴다. 그래서 군더더기 없이 단순화된 형태에 사로잡혔다”고 덧붙였다.

전시장을 둘러 보면 그가 택한 또 다른 소재가 먹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붓의 획이 만들어낸 흐름은 일관돼 있지만 꿈틀댄다. 약간 다른 농도와 궤적을 머금은 채 지면 위를 맴돈다. 결국 펜과 연필, 먹 등 소재를 오가지만 그에게 중요한 건 ‘어떻게 채워나가는지’ 그 과정을 만끽하는 일이다.

최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내 안에 있는 무언가와 대면하는 일이 곧 관람객들과 연결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27일까지.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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