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가격 이게 맞아? ‘팬심’ 이용한 상술에 휘청이는 아이돌 팬들

김한솔 기자 2023. 10. 2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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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가격 이게 맞아…?’

최근 한 아이돌 그룹의 앨범이 발매된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앨범 가격’이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왔다. 6만원이란 가격에 깜짝 놀란 팬들이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며 너도나도 글을 올린 것이다. 앨범 가격에 ‘적정선’이란 없지만, 최근 판매되는 아이돌 앨범은 꽤 비싸다. 장당 가격이 2만~3만원에 육박하거나 넘는 경우가 많다. 팬사인회 같은 대면 행사에 응모하기 위해서는 2~3가지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되는 앨범을 세트로 사야 한다.

‘랜덤 포카’ 모으기 위해 사고 또 사고

예약 판매 공지가 올라온 ‘&TEAM’의 첫번째 정규앨범 <First Howling>의 경우 총 3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다. 가장 저렴한 스탠더드 에디션이 3만700원, A와 B 두 가지 버전으로 나온 리미티드 에디션은 각 4만8100원이다. 세 버전을 모두 합친 세트 판매 가격은 12만6900원이다. 가격이 다른 이유는 내부 구성 때문이다. 스탠더드 에디션에는 부클릿과 CD, 랜덤 포토카드(포카) 1장만 제공되지만, 리미티드 에디션에는 포토북과 가사집, 포카 세트와 다른 종류의 랜덤 포카가 추가로 지급되는 식이다. 역시 예약 판매 중인 ‘세븐틴’의 11번째 미니앨범 <Seventeenth Heaven>의 세트 가격 역시 6만2100원이다. 세트 구매 시에는 미공개 포카와 포토마그넷, 미공개 단체 포토액자 등이 제공된다.

많은 팬들은 앨범을 1장만 사지 않는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반 차트 순위를 높여주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랜덤으로 들어 있는 ‘최애’ 멤버의 포카를 모으기 위해 여러 장 사기도 한다. 앨범을 많이 사야 아티스트를 대면할 수 있는 팬사인회 응모에 당첨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TEAM’ 대면 팬사인회에 관한 위버스샵 공지. 위버스샵 화면 갈무리

팬들도 앨범 가격 상승을 체감한다. 세븐틴 팬 A씨는 “앨범 가격이 한 번에 오른 게 아니라 앨범 발매 때마다 조금씩 올라가다가 지금 가격이 된 것”이라며 “가격을 조금씩 올리는데도 판매량은 똑같거나 더 많아지니까 소속사 측에서는 가격을 더 내릴 필요도, 유지시킬 필요도 없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소속사에서 수입을 더 올리기 위한 영업 전략일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앨범 가격이 오른 만큼 내부 구성이 풍부하고 다양해졌을까. A씨는 “내부 구성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본다. 거의 모든 앨범이 기본 포토북, 포카, 시디가 들어가고 매번 다른 구성품들이 추가되는데 오히려 과거 발매됐던 더 저렴한 앨범의 구성품이 더 많아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운 적도 있는 것 같다”며 “가격이 오른 것에 비해서는 더 추가되는 구성품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BTS 팬 B씨도 “가격이 올랐지만 내부 구성은 그리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가격은 앨범 버전이 많아져서 높아진 것 같고, 구성은 앨범 콘셉트나 누구와 협업했는지에 따라 다른 것 같다”고 했다. ‘뽑기’처럼 뽑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랜덤 포카의 상술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B씨는 “원하는 포카를 모으기 위해 앨범을 더 사야 해 지출이 더 많이 생기기 때문에 별로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최근에는 팬들 간 포카를 거래할 수 있도록 ‘마켓’을 열어주고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 BTS 정국의 솔로앨범 <Golden> 세트를 7만1400원에 구매한 팬 C씨는 “(앨범 가격은) 정말 많이 올랐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물가가 오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회사가 아티스트를 생각해 물건을 구매하는 팬들을 돈줄로만 보고 무조건 가격을 올리는 것 같다”며 “아무리 올려도 팬들은 구매할 것 같으니 계속 올리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C씨는 앨범 내부 구성이 예전보단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C씨는 “요즘은 포카 개수도 더 많이 들어 있고 퀄리티도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예전보다 (앨범에) 포함돼 있는 굿즈도 꽤 많아졌다”고 했다.

‘덕심’ 이용한 과도한 마케팅에 팬들도 불만
지난해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BTS 10주년 페스타(FESTA). 조태형 기자

점점 더 비싸게 팔고,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 여러 장을 구매하게 만들고, 구매하는 만큼 ‘최애’를 만날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에 대해선 팬들도 불만이 있다. 환경문제를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대량으로 구매한 앨범에서 포카 등 굿즈만 빼내고 나머지는 그냥 쌓아두게 되기 때문이다. K팝 앨범들은 대부분 재활용이 어렵다. 팬들은 굿즈를 갖고 앨범은 다른 사람에게 싸게 양도하거나 단체에 기부하기도 한다.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들은 몇년 전부터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자 앞다퉈 ‘친환경’ 경영을 하겠다고 했다. 앨범 포장재를 친환경 소재로 쓰고, 친환경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업하는 식이다. 하지만 ‘덕심’을 이용한 과도한 앨범 마케팅은 여전하다. A씨는 “환경문제를 걱정하는 팬들도 많다. 다만 팬들 역시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는 않는 것 같다. 정말 불만이라면 소속사에 ‘총공’(온라인 집단행동)을 한다든가, 어떤 움직임이 있을 텐데, 그런 건 본 적이 없다”며 “포카나 좋아하는 멤버가 나올 때까지 앨범을 사는 ‘앨범깡’도 팬덤 문화로 자리 잡은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픽사베이 이미지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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