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년 전부터 하겠다던 한국은행 기후변화 대응, 핑곗거리 사라져도 우물쭈물[국감 2023]

강한들 기자 2023. 10. 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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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한은)이 2년 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활용할 수 있다고 한 정책 수단을 아직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제약 요인’으로 제시했던 문제가 해결됐는데도 우물쭈물하고 있다. 한은이 세계 중앙은행의 기후위기 대응 속도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기후위기를 가속하는 기업에 대한 자체 투자 제한 전략’, ‘금융 중개 지원 대출(금중대)을 통한 녹색 기업 대출 지원’ 등 기후변화 대응책을 아직 쓰지 않고 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한국은행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중 은행에 낮은 이율로 지원하는 자금이다.

한은은 2021년 낸 ‘기후변화와 한국은행의 대응 방향’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와 경제·금융 시스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앙은행의 역할을 적극 수행”해야 한다며 금중대를 통한 녹색성장 기업을 지원하고,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에 투자 제한 전략(네거티브 스크리닝)을 추진하는 방안이 있다고 소개했다. 장기적으로는 ESG 통합 전략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도 봤다.

한은은 2년이 지난 올해에도 ‘나중에 하겠다’는 답변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한은은 장혜영 의원 질의에 “녹색 분류체계 등 정책 시행에 필요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는 추이를 봐가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금중대에 대해서는 지난 1월 “금융기관의 녹색 대출 취급 기준 등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게 제약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달 장혜영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는 수립됐으나 이를 기반으로 한 금융 기관의 대출 취급 기준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아직 금중대와 연계시킬 수 없다”고 답했다. 네거티브 스크리닝 도입에 대해서는 “세부 사항은 내부 투자협의회를 통해 결정된다”고 답했고, ESG 통합 전략 도입에 대해서도 “사전 검토 준비 단계라서 구체적인 시기와 계획을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한은의 ‘핑곗거리’는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2021년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 초안을 공개하고, 지난해 말 개정했다. 환경부는 “6대 환경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친환경 경제활동’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10개 금융회사와 지난해 말부터 협업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적용시스템(KTSS)’ 개발을 마치고, 각 회사에 공유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대출·투자 대상 사업이 ‘녹색분류체계’에 부합하는지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런던 기반 비영리 연구단체인 ‘포지티브 머니’가 지난해 11월 평가한 ‘녹색 중앙은행 점수표’를 보면 한은은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 13위를 차지했다. 50점 만점인 통화 정책, 금융 정책에서 각각 1점, 6점을 받았다. 2021년 11위에서 뒷걸음질을 했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의 중앙은행은 각 기관의 자산을 ‘탈탄소화’하기로 약속했고, 녹색 대출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1위인 프랑스 중앙은행은 ‘ESG 통합 전략’을 이미 도입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질의 때에도 ‘검토 중’으로 일관한 한국은행이 1년 사이 적극적인 변화를 이루지 못한 사이 세계 중앙은행은 앞서나가고 있다”라며 “기후위기의 가속화 속도는 물론 다른 세계은행들의 변화 속도에마저 한국은행이 뒤처지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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