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끝나도 유지 중인 조합, 관리 강화한다…조합장·청산인 책임 시 수사의뢰 등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끝났는데도 해산·청산하지 않은 조합에 대한 관리가 강화된다. 일부러 조합을 유지해 조합장 등이 보수를 받아 가 조합원 청산금이 줄어드는 문제 등을 막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지난 7~9월 조사결과 올해 상반기 기준 정비사업 준공으로 이전고시까지 완료됐음에도 아직 해산·청산하지 않은 조합이 총 167곳으로 파악됐다고 23일 밝혔다.
소송(79곳)과 조합장·청산인 소재 불명(42곳), 시공사와의 분쟁(6곳), 채권·채무 관계(4개소) 등의 문제에 따른 것이다. 잔존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 중(36곳)인 곳은 21%에 불과했다. 조합 해산·청산이 지연되면 조합 운영에 각종 경비가 들어가고 조합원에게 가야 할 청산금이 줄어 조합원이 금전적 피해를 보게 된다. 해산된 조합의 대표청산인 보수는 평균 연 4800만원, 최고 1억원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월 서울시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를 개정해 준공 1년 후에도 유지 중인 조합에 대해 6개월마다 해산 또는 청산 계획을 조사할 수 있게 되면서 진행됐다.
서울시는 해산·청산 지연 원인을 분석해 조합장·청산인의 책임이라고 판단될 경우 수사 의뢰와 조합설립인가 취소 등 강력한 법적 조치로 지연 조합을 단계적으로 줄일 방침이다.
상반기 조사를 통해 청산 과정에서 정보공개·자료보관 의무를 위반한 의혹이 드러난 청산인 22명은 벌칙 규정에 따라 수사 의뢰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전고시 1년 내 해산총회를 의결하지 않은 8개 조합은 법령에 따라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하도록 자치구에 요청했다. 중대 의무위반이 발견되면 민사적 절차에 통해 청산인 해임 청구 등도 검토하도록 권고했다. 사안에 따라 구청장이 전문 조합 관리인을 선임할 수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례 개정 후 조사를 통해 상반기 조합 12곳이 해산을, 25곳이 청산을 완료했다”며 “복잡하고 난해한 조합 운영의 특성과 문제가 일시에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 등을 고려했을 때 유의미한 성과”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달 말까지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시·구 합동점검단을 구성해 관련 민원이 있는 정비사업 조합 4곳의 실태를 점검해 해산·청산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특히 연말 시행될 하반기 조사부터 자치구의 조합 관리 성과를 평가해 담당 공무원에게 인센티브·패널티를 부여할 예정이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정비사업 조합의 해산과 청산 업무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돼 지연 조합이 줄어들 수 있도록 지속적인 현장 점검과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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