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풍경에 가을 한 스푼…큰기러기 ‘김포 체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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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날인 지난 9월 28일, 가을을 알리는 전령사 큰기러기가 한강하구 김포시 홍도평야에 날아왔다.
기러기는 외롭고 쓸쓸한 가을을 알리는 철새로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지만, 풍요를 느끼게 해주는 가을걷이 전령사 구실도 한다.
큰기러기는 가을에 무리를 지어 찾아오는 새라 하여 '추금(秋禽)', 달밤에 떠다니는 새라 하여 '삭금(朔禽)'이라고도 한다.
우리가 이 땅을 지켜야 기러기도 자연과 한 약속을 지키며 이곳을 변함없이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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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알리는 전령 큰기러기, 김포 홍도평야 찾아
추금, 삭금 등 이름도 여럿…친근하지만, 멸종위기종
추석 전날인 지난 9월 28일, 가을을 알리는 전령사 큰기러기가 한강하구 김포시 홍도평야에 날아왔다. 부모 때부터 이어져 온 약속의 땅으로 찾아왔지만, 아직 손님 맞을 준비가 온전치 않다. 아직 농경지 추수가 시작되지 않아 큰기러기가 앉을 곳이 마땅치 않지만, 그나마 이른 벼를 심어 일찍 추수를 마친 논을 찾아 앉는다.
기러기는 외롭고 쓸쓸한 가을을 알리는 철새로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지만, 풍요를 느끼게 해주는 가을걷이 전령사 구실도 한다. 큰기러기는 매우 진중한 성격이다. 월동 중에는 공동체 생활을 하지만 다툼도 없는 편이다. 자리싸움은 긴 목을 서로 낮추고 앞으로 길게 뻗어 서로 흔들며 힘 과시를 하는 정도다.
가족애가 강해 가족과 먹이를 함께 먹고 이동도 같이한다. 가족이 사고를 당하면 좀처럼 그 자리를 뜨지 않는다. 다친 가족을 위해 상처가 아물 때까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사례가 종종 관찰되곤 한다.
한 번 짝을 맺으면 평생을 함께하며 암컷과 수컷 중 하나가 남게 되더라도 새로운 짝을 맺지 않고 홀로 산다. 그래서 예부터 기러기는 정절의 상징으로 혼례식에서도 이용된다. 신랑이 신붓집에 기러기를 가지고 가는 의식은 사라졌지만, 지금도 전통 결혼식에서는 목각으로 된 기러기를 올려놓는다.
큰기러기는 가을에 무리를 지어 찾아오는 새라 하여 ‘추금(秋禽)’, 달밤에 떠다니는 새라 하여 ‘삭금(朔禽)’이라고도 한다. 계절이 변하는 소식을 전해주는 새로 여겨 편지를 기러기 안(雁) 자를 써 ‘안서(雁書)’라고도 부르기도 했다. 기러기만큼 많은 이름을 가진 새도 없을 것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다. 암컷과 수컷 모두 어두운 갈색과 흰색, 주황색으로 멋을 부리지 않은 단순한 색을 지녔다. 빛깔이 조화롭고 지루함이 없다. 주황색의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걸어 다니며 유난히 하얀 엉덩이를 실룩거려 해학적이다. 아주 순한 얼굴에, 깊고 검은 눈엔 왠지 가련한 눈빛이 서려 있다. 관찰하다 보면 무게감과 철학적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큰기러기는 우리에게 가장 정겨운 새다. 그러나 기러기는 높이 날며 더러운 땅에는 머무르지 않는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새는 뒤돌아서지 않는다. 우리가 이 땅을 지켜야 기러기도 자연과 한 약속을 지키며 이곳을 변함없이 찾아올 것이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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