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메타버스의 본격 시작은 2000년경 한국에서였다고?

심영구 기자 2023. 10. 2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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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칼럼] 생각보다 오래된 '메타버스'의 역사 (글 : 정우성 교수)


요즘 극장에서 영화 보는 사람이 별로 없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가 자리 잡은 탓이다. 몇 년 전부터 OTT 서비스가 안방에 스며들었는데, 결정적인 계기 중 하나가 코로나19 팬데믹이라 한다. 바깥으로 나오기보다는 집에 머무는 문화에 어느 정도 친숙해졌다.

아바타 2(아바타: 물의 길) 공식 스틸컷


이 와중에 천만 관중을 넘은 영화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아바타 2(아바타: 물의 길)'이다. 전작인 아바타 1편은 2009년 소개되었다. 아바타가 처음 나왔을 때 대중들은 혁신적인 영상에 큰 점수를 주었다. 특히 3D 입체 기술을 활용하여, 일부 마니아만 즐기던 3D 영화 시장을 크게 확대하였다. 특히 나비족이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모션 캡처'라는 기술을 활용하여 실제처럼 표현하였다.

아바타 2(아바타: 물의 길) 공식 스틸컷


영화 '아바타'에는 나비족이라는 외계 종족이 등장한다. 온몸이 파란색이며 왼손잡이인 나비족은 아주 큰 키에 손가락과 발가락은 각각 4개이다. 신체 능력이 월등해서, 사람이 맨몸으로 나비족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영화에서는 인간과 나비족의 유전자를 섞은 인공생명체를 만든다. 유전자를 제공한 인간이 이 인공생명체에 정신을 연결하여 원격조종한다. 조종받지 않는 아바타는 감정이나 자아가 전혀 없는 상태가 되며 움직임도 없다. 아바타는 원래의 나비족과 생김새가 다소 다르고, 나비족은 이를 가리켜 '꿈꾸는 자'라고 부른다.

영화에 나오는 외계 종족이 '나비'족인 것을 떠오르게 하는 사자성어가 있다. 중국의 장자는 나비가 되어 즐겁게 놀다가 깨어난다. 본인이 나비의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장자의 꿈을 꾸었는지 알기 어렵다며 '호접지몽'이라는 말을 남겼다. 무엇이 꿈이고 현실인지를 알기 어려운 모호함을 일컫는다. 영화의 '아바타' 역시 몸과 마음이 분리되어 어디까지가 자신인지가 모호하다.

인터넷에서의 '아바타'는 사용자의 분신을 뜻한다. 게임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레이어가 지정한 성향, 혹은 만들어가는 특성을 그대로 간직하게 된다. 플레이어의 분신이 게임 속을 뛰어다니는 셈이다. 이후 '아바타'는 게임뿐 아니라 인터넷과 가상공간에서 가상의 캐릭터를 칭하는 용어로 널리 쓰인다.

메타버스의 시작과 진화

코로나19의 유행 속에 성장한 것은 OTT만이 아니다. '메타버스' 역시 많은 관심을 받으며 성장하였다. 무언가를 초월한다는 의미의 메타와 현실 세상을 일컫는 유니버스를 합쳐 '메타버스'가 되었다. 현실을 초월한 세상, 모호한 세상이 메타버스이다. 이 말은 신화에 처음 등장하고 게임을 통해 널리 퍼진 '아바타'와 달리 소설에 먼저 등장한다. 1992년 발표된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메타버스라 불리는 가상의 세상에 들어가기 위해 '아바타'라는 가상의 신체를 빌린다.

비록 메타버스와 아바타는 외국의 소설이나 영화에서 소개되고 널리 알려졌지만, 현실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경 등장한 여러 인터넷 서비스 중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싸이월드'이다. 초고속인터넷의 보급을 바탕으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던 인터넷 서비스 중 '싸이월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건 '미니홈피' 때문이다.


'싸이월드'에서는 인터넷 속에 자신만의 방, 미니홈피를 꾸밀 수 있었다. 예쁜 가구를 배치하거나 화사한 벽지로 장식한다. 거기에 인터넷에서의 자신인 아바타에도 마음에 드는 옷을 입힌다. 현실에서는 차마 해보지 못했던 헤어스타일을 시도하며 속에 감춰져 있던 욕구를 발산하기도 했다. 싸이월드에서만 통용되는 '도토리'라는 가상화폐를 구입했다. 투박한 침대는 도토리 몇 개만 줘도 살 수 있었지만, 화려한 가구는 꽤 많은 도토리가 필요하다. 생일을 맞은 친구에게 케이크를 선물하거나 명절날 세뱃돈을 주지 않고 도토리를 선물로 주고받기도 했다. '싸이월드'에서 통용되는 가상화폐였다.

기술이 발전하고 인터넷에 익숙해지면서 미니홈피와 같은 가상 세계도 발전을 거듭한다. 영화 '터미네이터'를 보면 로봇인 주인공에게는 눈앞에 있는 상황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곧바로 보인다. 최근에는 로봇이 아니라도 비슷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가 소개되고 있다. 가령 자동차 앞유리에 속도를 비롯해서 내비게이션 정보를 비춰 주는 것 역시 터미네이터의 기술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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