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난민 유입 우려로 빗장 걸어 잠그는 세계

허효진 2023. 10. 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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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구호 물품은 가자지구 안으로 들어갔지만 피란민들은 여전히 갇혀 있습니다.

국경이 맞닿아있는 이집트는 난민을 받아줄 수 없다며 빗장을 걸어잠궜고, 유럽에서는 테러 공포로 국경 검문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허효진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잇는 라파 통로가 열리긴 했지만 구호물품만 들어갔죠.

국경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던 피란민들도 많았을 것 같아요.

[기자]

네, 전쟁이 일어난 뒤 피란민은 모두 140만 명이 넘는 걸로 알려졌는데요.

이스라엘군의 대피령에 따라 상당수의 주민들이 남쪽으로 떠밀려 내려갔습니다.

이 주민들이 마지막 생명줄로 여기는 탈출구가 바로 라파 통로입니다.

가자지구는 한 면이 바다이고, 나머지가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잖아요.

유일하게 육로로 이집트까지 이어진 곳이라 아예 가자지구를 떠나려면 이 곳을 통과해야 합니다.

라파 국경 검문소 앞에는 이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주민들이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모하메드 알셰이크 카릴/가자지구 주민 : "우린 매일 라파 통로에 옵니다. 대사관에 연락할 때마다 검문소로 가라고 하고, 우린 6~8시간을 기다리다 돌아가요. 언제나 위험 속에 움직입니다."]

이집트에선 구호 물자 외 피란민들은 받아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앵커]

이집트에선 왜 난민들을 못 받겠다고 하는 건가요?

[기자]

한 마디로 난민들을 받아줄 여력이 없다는 건데요.

이미 시리아 등 주변국에서 유입된 난민 900만 명을 수용하고 있는데 또 다른 대규모 난민을 수용할 기반 시설도, 경제력도 없다는 겁니다.

이집트는 특히, 난민들 틈으로 하마스 대원들이나 극단주의자들이 섞여 들어오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데요.

극단주의 세력이나 무기가 유입되면 이집트 안에서도 분쟁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이미 2008년에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쏟아져 들어온 경험이 있어서 이집트 국민들이 팔레스타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거든요.

가뜩이나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데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단 점도 난민 수용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앵커]

날이 갈수록 국경을 열어달라는 서방의 요구는 커질텐데 이집트의 태도가 바뀔 것 같진 않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집트는 일관되게 가자지구를 도울 수는 있지만 난민 수용은 거부한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아랍권 국가들의 단결도 한 몫할텐데요.

혹시나 가자지구 주민들이 이집트에 눌러앉게 되면 팔레스타인 인구가 줄게 되고, 이 경우 팔레스타인을 독립 국가로 세워야 한다는 아랍권 구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습니다.

[사메 수크리/이집트 외무장관 :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이웃 나라로 강제 이주 시키는 것은 팔레스타인의 대의(국가 건립)를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집트 국영 매체는 "가자지구에서 주민을 떠나게 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국가의 꿈을 끝내고, 이스라엘에는 '점령자' 책임을 면해주는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가자지구와 가장 가까운 이슬람 국가인 이집트와 요르단 정상도 최근 만난 자리에서 강제 이주를 반대한다는 뜻을 재확인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국경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은 유럽에서도 나타나고 있잖아요.

최근 벌어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때문인거죠?

[기자]

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일어난 뒤 유럽에서는 테러 행위가 잇따라 발생했는데요.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현지 시간 지난 13일, 프랑스의 한 고등학교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 20살 남성이 흉기를 휘둘렀고요.

16일에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슬람 국가 출신이라는 40대 튀니지 남성의 총격이 벌어졌습니다.

특히 이 남성은 이탈리아, 스웨덴, 벨기에 등 유럽을 활보하면서 총격 사건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이탈리아와 슬로베니아 등이 실제 행동에 나섰습니다.

[앵커]

EU는 안그래도 난민 문제가 심각한데 이번 전쟁을 계기로 난민 정책에 대해 더 강경해질 수 있겠네요.

[기자]

유럽연합인 EU 국가들의 인구를 모두 합쳐도 4억5천만 명이 안되는데 올해 불법 입국자 수만 0.05%에 해당하는 25만 명일 정도입니다.

EU 국가 가운데 27개 나라는 한번 입국하면 여권이 없어도 다른 가입국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솅겐 조약'을 맺었는데요.

이 점을 이용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유럽에 들어와 불법 체류를 하고 있단 겁니다.

중동 난민도 대거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이번을 계기로 유럽 내 고조된 반 난민 정서를 이용해 불법 체류자를 강제 추방하는 강경 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졌고요.

'하나의 유럽'보다는 나라들마다 자국의 국경을 걸어잠그는 모습을 드러낼 걸로 보입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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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효진 기자 (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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