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망이용료 전쟁, SKB의 ‘압승’…“골리앗 넷플릭스가 무릎 꿇었다”
-1심 승소 이끌어낸 SKB…유리한 협상 고지, 세계 질서 선도 가능성도
-구글 등은 현재진행형…법제화 논의 속도내야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SK브로드밴드의 압승이다”, “아시아의 작은 국가에서 넷플릭스가 한 방 먹었다” (법조계, 통신업계 관계자들)
글로벌 공룡 넷플릭스가 무릎을 꿇었다. 그동안 망이용료 협상 테이블에 조차 나서지 않던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의 망이용료 법정 싸움을 끝내고 결국 협상으로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두 회사가 법정 소송전을 시작할 때만 해도 협상을 낙관하는 시각은 많지 않았다. 특히 SK브로드밴드가 망이용료에 준하는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세기의 망이용료 싸움은 SK브로드밴드가 ‘압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도 글로벌 공룡 콘텐츠기업(CP)의 망이용료 문제는 미국, 유럽 등에서도 좀처럼 풀지 못하고 있는 숙제다. 이번 사례가 아시아의 작은 국가에서 망이용료 논의의 역사적인 기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망이용료 관련 글로벌 표준을 만드는데 한국이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제화 등 남아있는 과제를 시급히 마무리 지어야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의 망이용료 1심 소송에서 패소하고 2심을 앞둔 상태에서 돌연 협상 테이블에 나섰다. 그동안 수차례 협상 요구조차 응하지 않았던 넷플릭스를 협상 자리로 이끌어 낸 것만으로도 이미 SK브로드밴드의 ‘승리’로 분위기가 기울어졌음을 시사하는 셈이었다.
강경했던 넷플릭스가 돌연 협상 카드를 꺼낸 것은 2심에서도 승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2심에서 망이용료 감정을 진행키로 했던 상황. 넷플릭스의 망사용료를 산출해 보자는 것으로, 사실상 지불해야할 망이용료가 발생한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2심에서도 패소할 경우, 망이용료를 지불한 ‘판례’를 남긴다는 점에서도 넷플릭스에게는 큰 부담이다. 향후 글로벌에서도 망이용료를 지불하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2심에서 패소해 기록을 남기는 것 보다 당사자간의 협상으로 망사용료에 준하는 비용을 지불하고 협상 내용이 밖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넷플릭스에게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의 협상을 이끌어낸 SK브로드밴드는 망이용료와 관련해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역사적 분기점을 마련하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당장, 불리한 협상력을 극복하고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과 같은 방식의 협상을 얻어냈다는 점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미국 1위 케이블업체 컴캐스트, 프랑스 1위 통신사 오렌지 등 글로벌 영향력이 큰 기업들에만 협상에 응해왔다. 망이용료에 준하는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계약으로 협상 내용을 묶어놓는 방식이다. 넷플릭스가 아시아의 작은 국가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은 SK브로드밴드와 동일한 방식의 협상을 체결한 것을 놓고 세계가 주목한 것도 이같은 이유다.
SK브로드밴드가 망 이용료에 준하는 유리한 협상 고지를 얻은 것도 큰 성과다.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SK브로밴드는 명칭만 다를 뿐 사실상 망이용료에 해당하는 비용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타통신사들이 넷플릭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협상을 체결한 것과 비교해도 의미있는 성과다.
SK브로드밴드의 사례로 한국이 망사용료 글로벌 기준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SK브로드밴드의 1차 승소를 계기로 유럽 등에서도 망사용료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한국이 새로운 표준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나 나온 것도 이 때부터다.
아울러 법적인 강제성은 없지만, SK브로드밴드가 법정 싸움에서 1차 승소를 이끌어 내면서 망사용료 지불 필요성의 사례를 만들어 낸 것도 시사점이 크다는 분석이다.
더 나아가 법제화를 통해 한국이 망사용료 디지털 질서를 만드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 뿐 아니라 구글 등 막대한 데이터를 소모하는 기업들과의 망이용료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망사용료 관련 법안이 9개 상정돼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칫 현재 진행된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어, 이번 국회 임기 내에 논의가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치돼 있는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11일 국정감사에서 “지난 5년간 논의한 사안인데 이제 결론을 내야 할 시점”이라며 “대한민국이 스스로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들어보자”고 조속한 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이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중립적 학술기관에서 전문가, 이해관계자 포럼을 구성해 망 대가 이슈 관련 전반을 논의하고 있다”며 “3월에 포럼을 결성해 진행 중인데, 빨리 결론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한 법조계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의 사례를 계기로 (망이용료와 관련된) 법제화를 논의해볼 시점이 됐다”고 언급했다.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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